삼겹살에 잦은 음주ㆍ흡연…대장암이 '호시탐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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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성의 적 '대장암'
스트레스가 더 무섭다
과도한 업무·불안·초조…대장에 영향…복통·설사 유발
화장실만 가면 30분 이상?
대변에 피 섞여 나오거나 항문에 묵직한 증상 땐 의심
조기 발견 땐 90% 완치
내시경 등 3~5년 간격 검사…중년층은 가족력 체크를
스트레스가 더 무섭다
과도한 업무·불안·초조…대장에 영향…복통·설사 유발
화장실만 가면 30분 이상?
대변에 피 섞여 나오거나 항문에 묵직한 증상 땐 의심
조기 발견 땐 90% 완치
내시경 등 3~5년 간격 검사…중년층은 가족력 체크를
"50세가 넘었는데 아직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가족들이 무조건 지금 당장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합니다. 만약 가족 중에 대장폴립이나 대장암을 진단받은 사람이 있다면 더욱 일찍 검사를 받아야 하고요. 수많은 암이 있지만 예방할 수 있는 암은 오직 대장암뿐입니다. "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한국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어 이제 대장내시경 검사를 생활습관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의 상징이었던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이 대장암으로 53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면서 중년 남성들 사이에 '대장암 쇼크'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공교롭게도 이달은 '대장암의 달'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 인구 10만명당 46.9명이 대장암에 걸려 발병률이 아시아에서 1위다. 세계적으론 4위다.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대장암 발생률이 74%나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에는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왜 한국의 50대 남성에 많을까
이명세 씨(57)는 한번 화장실에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30분 이상 걸린다. 벌써 오래된 습관이다. 하지만 배변 후 항상 잔변감이 있고 배가 아프면서 간혹 피가 섞여 나올 때도 있다. 이씨는 치질이거나 음식을 과하게 먹었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는 정년을 앞두고 자녀들의 권유로 최근 이대목동병원을 찾아 난생 처음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대장암 4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김광호 이대목동병원장(위암 · 대장암협진센터 센터장)은 "항문 질환으로 인한 출혈은 변을 볼 때 피가 뚝뚝 떨어지거나 휴지에 묻는 정도로 며칠 지속되다 중단되는 사례가 많다"며 "그러나 대장암으로 인한 출혈은 피가 변에 섞여 나올 때가 많고 1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피가 검붉은 색을 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대장암에 걸린 남자들 소식이 많이 들린다. 한창 사회와 직장,가정을 이끌어가야 할 한국의 중 · 장년 남성들이 대장암으로 맥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야구선수 박철순 · 최동원 씨는 물론 탤런트 김승환 씨 등 유명인도 예외가 없다. 우리나라에선 한 해에 대장암 환자가 1만5000명 정도 발생하는데 대부분이 50대 남성이다.
◆잘못된 식습관 · 스트레스가 원인
대한대장항문학회는 우리나라가 대장암 발병률이 높은 이유로 서구화한 육류 위주 식습관,스트레스,음주,흡연 등을 꼽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국의 육류 소비량은 미국 ·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고 음주와 흡연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그런데 왜 이렇게 대장암 발병률이 높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육류 소비 · 음주 · 흡연이 과도하게 이뤄지고 치열한 경쟁에 따른 과도한 스트레스가 겹치는 사회적 여건을 꼬집는다. 특히 현재 50대 이상 남성의 경우 국가적으로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과도한 업무 강도와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왔다. 오죽하면 현재의 50대를 두고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자식에게 버림받는 첫 번째 세대'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대장은 뇌와 이어진 자율신경 지배를 받는다. 뇌가 불안 · 초조 · 압박감과 같은 스트레스를 느끼면 이는 자율신경을 통해 곧바로 대장으로 전해져 변비나 복통 · 설사를 일으킨다. 또 전체 대장암 환자 중 15~20%가 유전적인 이유로 발병한다. 가족력이 있다는 얘기다.
◆뒤늦게 발견되는 대장암 예방하려면
대장암은 대변이 이동하는 대장 벽의 가장 안쪽 통로(점막 조직의 세포)에 종양이 생긴 질병이다. 통로의 흐름을 방해하고 심할 경우 변이 내려갈 통로를 통째로 막아버린다. 대장암 초기엔 거의 증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방문,대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 중 3~4기 등 후기 대장암으로 진단받는 비율은 무려 51.6%나 된다. 그만큼 예방 자체를 안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평소와 달리 △변비나 설사가 상당 기간 계속되거나 △수주 또는 수개월 이상 배가 자주 아플 때 △대변 굵기가 가늘어질 때 △대변에 피가 묻어 있거나 섞여 나올 때 △대변을 본 후에도 잔변감이나 항문에 묵직한 증상이 나타날 때는 한번쯤 대장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대변을 하루에 다섯 번 이상 보면 대장 마지막 부분인 직장에 암이 생기는 직장암을 의심해야 한다. 직장암이 있으면 대변이 자주 마렵고 배변 후에도 또 보고 싶은 증상인 잔변감이 있다.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할 정도로 생존율이 높다. 대장암 진단은 증상과 병력을 듣고 대장암이 의심되면 직장수지검사(손가락검사)와 대장내시경,CT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검사로 진단과 병기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된다.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외과 교수는 "현재까지 대장암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나이는 56.8세"라며 "대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용종,염증성 장질환,유전성 암 등으로 진단받은 경우에는 40대부터 3~5년 간격으로 꾸준히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김광호 이대목동병원장(위암 · 대장암협진센터장) /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외과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