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흥행에 국회의원들도 바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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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가 흥행 돌풍을 이어가면서 아동 성폭력 사건을 보는 사회적 파동이 커지고 있다.
공지영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도가니'가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도가니'는 2005년 광주 인화학교 교직원들이 청각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하거나 강제 추행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당시 가해자 4명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일부 관련자들은 복직해 교단에서 물러나지 않은 상태다.
영화는 법관의 전관예우, 검사의 비리, 아동 성폭행 등 우리 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 관계자들은 "관객들이 특히 영화 속 가해자가 아이들을 거칠게 성폭행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영화는 아동 학대 등의 불편한 소재를 이유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판정받았다.
영화와 소설의 흥행에 덕분에 사건은 자연스럽게 재조명되며 관객들과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각종 관련 기관들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화의 소재가 된 광주시 교육청은 인화학교 감사 대책반을 꾸렸다. 광주 광산구청은 해당 법인에 이사진 교체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장애인 시설 등 인권 사각지대를 담당할 인권전담 직원을 채용하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가해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법조계에 대한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판사, 검사 등에 이어 법조계 전반에 대한 비난들이 트위터와 인터넷 등을 통해 이어지자 양승태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사건의 판결 경위를 해명키도 했다.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는 다음 아고라에에 성폭력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이슈에 대한 청원을 냈다. 28일까지 5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서명에 동참했다.
'도가니'로 재조명된 아동성폭력 문제는 2008년 발생한 '나영이사건'과 관련해 아동 성범죄자들의 공소시효를 없애자는 서명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건의 재 조명에 여야 역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여야는 28일 사회복지법인 이사회 구성시 공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정비하자고 입을 모았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대정부질문 대책회의에서 "도가니라는 영화로 모 학교의 장애인 인권에 관한 문제가 심각히 논의되고 있다" 면서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련 법규를 정비해 감독을 강화하고 이 땅에서 장애인들이 떳떳이 살 수 있도록 장애인 인권을 뒷받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풀리지 않은 사회적 문제가 영화를 통해 재조명된 것은 '도가니'가 처음이 아니다.
1991년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은 5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범인의 죄를 못하는 '공소시효' 제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공지영의 동명소설을 영화화시킨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역시 마찬가지다. 3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시킨 이 영화는 흥행 이후 '사형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
실제 한국은 2011년 현재까지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국제인권위원회의 규정에 의하면 10년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나라는 실질적으로 사형이 비공식적으로 폐지된 국가로 간주되고 있다.
영화 '도가니'는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개봉 하루 전부터 티켓 예매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개봉 5일 만인 26일 103만205명의 관객을(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을 동원했다.
2009년 발간된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 역시 출간 2년 만에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