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 뺀 근육질 예산이라지만…성장률 4.5%에 짜맞춘 '장밋빛'
정부는 내년 예산안과 함께 중기 재정운용계획(2011~2015년)도 내놓았다. 향후 5년간 나라 살림을 어떻게 꾸려나갈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핵심은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2013년 균형재정 달성이다. 그러나 추계의 바탕이 된 내년 성장률 4.5%,원 · 달러 기준환율 1070원 등의 가정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균형재정 위해 지출 증가율 낮춰

기획재정부는 2013년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이후 흑자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재정수입은 2011~2015년 연평균 7.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재정지출 증가율은 이보다 2.4%포인트 낮은 4.8%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씀씀이를 줄여 흑자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대상수지는 올해와 내년 각각 25조원과 14조3000억원 적자에서 2013년 2000억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2014년 3조1000억원,2015년 5조3000억원 등 흑자폭을 계속 키워나갈 예정이다.

국가채무는 올해 435조5000억원에서 2013년 46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국가부채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낮기 때문에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5.1%에서 31.3%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군살 뺀 근육질 예산이라지만…성장률 4.5%에 짜맞춘 '장밋빛'
◆균형재정 달성 미지수

하지만 정부 계획대로 2013년 균형재정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흑자 전환이 국세 수입 증가 등의 근본적인 요인이 아닌 공기업 지분 매각 등 세외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는 '2013년 관리대상수지가 6조2000억원 적자를 낼 것'으로 봤던 작년 전망치와 달리 올해 전망에서는 '2013년에 2000억원 흑자를 낼 것'으로 수정했다.

김규옥 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은 "국세 수입은 작년 전망치와 비슷하지만 2013년에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의 공기업 매각 대금이 대거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업 매각 등 '세금 이외의 재정수입'이 늘어 국가재정이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재정부는 2013년 세외 수입이 35조2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조6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관리대상수지 전망치를 흑자로 돌릴 수 있을 정도의 규모다. 2013년 균형재정을 달성하기 위해 재정부가 무리하게 세외 수입 추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기업 매각은 장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성장률 전망치도 너무 높아

정부는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을 4.5%,물가상승분을 포함한 명목 경제성장률을 7.6%로 각각 전망했다. 재정수입도 이 같은 전제를 토대로 계산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보고 있다. 예컨대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6%,씨티그룹은 3.9%로 보고 있다.

물론 경제성장률이 낮더라도 물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면 세금 수입이 늘어나긴 하지만,정부가 내년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과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 중반으로 잡은 것은 다소 낙관적"이라며 "경기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균형재정을 이룰 필요가 있는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 · 달러 환율 역시 1070원으로 가정해 1200원에 육박한 지금 상황과 차이가 있다.

류성걸 재정부 2차관은 "기준환율은 최근 3개월간의 평균치로 계산했다"며 "성장률 변동 역시 예산안을 짜는 데 바로바로 반영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