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10 · 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대진표가 묘하게 짜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나란히 나경원 최고위원과 박영선 의원을 당내 후보로 확정한 가운데 각각 당 밖의 이석연 전 법제처장,박원순 변호사와의 단일화라는 '2라운드'를 남겨두고 있다. 당의 조직세를 등에 업은 여성 후보의 '소프트 리더십'과 당 바깥 보수,진보 시민단체의 지원을 받는 남성 후보의 참신성 대결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단일화 고심하는 한나라

한나라당은 26일 나 최고위원을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했다. 출마를 선언했던 김충환 의원이 이날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27일 공심위 회의를 열어 후보를 정한 뒤 최고위에서 최종 확정짓기로 결정했다. 한나라당이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무경선'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결정한 것은 2002년 이명박 후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나 최고위원의 후보 확정으로 그간 지지부진했던 이 전 처장과의 여권 후보단일화 문제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재까진 한나라당과 이 전 처장 측은 단일화에 대한 구체적 논의 없이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기존 정당과 정치세력에 대한 불만이 대안세력에 대한 희망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실제로 무소속이 정치권에 들어와 성공한 예가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처장은 "원칙과 소신을 어떻게 알려나갈지 그 점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후보단일화 논의에 대해선 "정치적 거래나 쇼에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원순 견제 나선 민주

민주당은 박영선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뒤 부쩍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 의원을 '최종병기' 등으로 칭하며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됐다"고 반기고 있다. 정책 전문성과 선명성,표 확장력을 감안할 때 박 변호사와 단일화 경쟁에서 "해볼 만하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박 의원도 이날부터 당장 나 최고위원에게는 '정권심판론'을,박 변호사에게는 '무소속 후보의 한계'를 견제구로 날리며 본격적인 레이스에 불을 댕겼다. 나 최고위원을 향해서는 "서울시민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가 한나라당 서울시장 재임 10년이 남긴 25조원의 빚과 부패 문제를 심판하는 선거인데 나 최고위원은 공동 책임자"라며 각을 세웠다.

단일화 경쟁 대상인 박 변호사에 대해서는 "누가 뭐래도 아름다운 후보"라고 전제한 뒤 "구청장,시의원,구의원 대부분이 민주당 소속이다. 정당이라는 용광로 속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바라봐야 한다"며 정당후보론을 강조했다.

전날 민주당 후보 확정 직후 "무소속은 반짝한 후 소멸한다"고 언급한 발언의 연장선이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변화를 소망하는 시민들의 욕구는 결코 반짝할 수 없다. 새로운 변화 욕구를 담아 가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형호/구동회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