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 경제의 상징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끌 수 있고,테러 때 인명 피해가 큰 초고층 건축물은 테러범들이 노리는 주요 대상 가운데 하나다. 국내에도 잠실 롯데수퍼타워(123층)와 용산국제업무지구 드림타워(100층),상암DMC 랜드마크타워(100층) 등 짓고 있거나 추진 중인 초고층 건물들이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테러범의 특이 행동을 포착해 추적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폐쇄회로TV(CCTV) 등 보안설비 대책과 함께 안전과 경관을 고려한 건물 내외부 디자인을 통해 대형 테러를 사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설계 단계에서 추진되는 이 같은 방법은 테러 방지는 물론 비용 절약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2009년 9월부터 초고층 건축물의 테러 예방설계 적용 여부를 건축물 심의 때 반영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초고층 건축물 테러 방지책의 대표적인 것은 건물 주변에 벤치나 수공간을 조성해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다. 폭탄을 실은 차량이 건물로 돌진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보행자의 편의성과 도시환경적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다.
건축물 내부를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눠 별도의 엘리베이터를 운행하는 것도 유사시 대피 시간을 줄여준다. 차량의 이동경로와 주차구역을 분리하는 것도 주차된 차량을 이용한 테러를 예방할 수 있다.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테러 예방설계라고 하면 각종 전자 · 기계적 보안설비로 건축물을 요새화하는 것으로 인식됐다"며 "이제는 초기 설계 과정에서 테러를 대비하면서도 도시 경관과 편의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