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몸은 국정감사장에 있지만 마음은 '콩밭'에 가 있죠.그러다 보니 국감도 시들해지는 거고."

18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22일로 나흘째다. 열기가 무르익어야 할 시기지만 분위기는 미적지근하다. 여야는 국감 시작 전 '정책 국감''민생 국감'을 약속했지만,초반부터 '부실 국감'으로 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감이 홀대받는 것은 선거 때문이다. 당장 다음달엔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10 · 26 재 · 보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여야 모두 시장선거 준비에 올인하고 있다. 국회 의원회관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곳이 많다. 한 의원실은 비서관 혼자 국감을 하고 있다. 보좌관뿐 아니라 정책비서관까지 지역구로 차출됐다.

관심이 엉뚱한 데 가 있다보니 자연히 눈에 띄는 자료도 찾아보기 힘들다. K의원은 "예년엔 국감을 앞두고 의원실이 밤샘작업을 자주 했지만,지난 주말에 보니 출근한 방이 반도 안 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론의 관심을 받지도 못할 것을 뭐하러 힘들게 질의자료를 만드냐"는 얘기도 나왔다. 한나라당 재선 의원의 보좌관은 "선거도 골치아픈데 국감에서 미리 힘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자연 국감장은 '속 빈 강정'이다. 참신한 '한 방'은 찾아보기 어렵다. 날카로운 지적도 없었다. 한 의원은 피감기관에 대한 사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자료만 뒤적이다 할당된 시간을 다 썼다. 다른 의원의 질의에 집중하기는커녕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기사검색을 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국감에 열심인 동료 의원에게 "뭐하러 그렇게 애쓰느냐"고 비아냥대는 의원도 드물지 않다.

의원들의 피감기관에 대한 망신주기식 호통치기와 사실관계가 틀린 질문,여야 말싸움으로 인한 파행 등 구태는 이번에도 여전하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역사교과서 기술문제로 논란을 벌이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의원이 있다면 북한에 가서 의원을 하라"는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에 민주당이 발끈,정회 소동을 빚었다. 다른 상임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감은 정부를 감시 · 견제하는 장(場)이다. 국민의 대표자격으로다. 그러니 국감에 불성실하게 임하는 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는 걸 국회의원들은 모르는 것 같다.

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