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저축은행에서 가지급금 2000만원을 찾은 예금자들에겐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이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를 놓고서다. 경기 분당의 정수진 씨(38)는 "영업정지된 곳에서 원금 2000만원을 받아 일단 시중은행 보통예금에 넣어놨다"며 "금리가 연 1%밖에 안 되지만 다른 저축은행에 넣기도 불안해 고민"이라고 말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일반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안전한 금융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자산배분)를 짤 것을 추천했다. 다만 시장 상황이 불안정한 만큼 서둘러 장기 금융상품에 가입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이다.

박승안 우리은행 강남투체어스 PB팀장은 "저축은행에 돈을 맡긴 고객들은 대부분 보수적이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며 "최장 6개월 정도 단기 금융상품으로 굴리다 우량한 저축은행에 다시 맡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개월 후에는 저축은행의 옥석이 대부분 가려질 것인 만큼 이때 저축은행의 고금리 예금에 재가입하라는 얘기다. 단기 금융상품으로는 증권사의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및 MMF(머니마켓펀드),은행의 MMDA(수시입출금식예금) 등을 예로 들었다.

서춘수 신한은행 반포래미안지점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서 지점장은 "금리가 연 3%대 중반 이상인 3개월짜리 정기예금에 일단 가입한 뒤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겠다"며 "그 다음엔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주가 변동에 따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ELD(주가지수연계예금)나 ELS(주가지수연동펀드)에 가입하라"고 추천했다.

이재철 하나은행 법조타운 골드클럽 PB팀장은 "월이자 지급식 채권형 펀드 중 상당수는 주식보다 안전하면서 연 7%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다만 가입 전에 투자 대상이 국공채가 맞는지 등을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월이자 지급 방식이어서 은퇴자들의 노후 생활비 용도로도 괜찮다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산업금융채권(산금채)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 등 부도 위험이 없는 채권도 시중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산금채와 중금채 수익률은 22일 현재 최고 연 4.46% 및 4.6%(1년짜리 기준,각각 3000만원 한도)다. 일반 채권과 달리 약정기간 중 자유롭게 환매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세금우대나 생계형 저축으로도 가입할 수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