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어도 육안 확인 후 문제가 없으면 다시 운행했던 적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

지난 20일 지하철 6호선이 출입문을 연 채 달리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하철 5~8호선 운영사인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은 "기관사의 단순 착오"라고 해명했지만 취재 결과 지하철 출입문이 열린 채 달린 사례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철도공사의 비상 매뉴얼도 허점투성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사의 단순 실수" 논란

당시 지하철 6호선 신당역에서 출발한 봉화산행 열차는 오전 8시52분께 출입문을 닫지 않은 채 안암역까지 네 정거장을 10여분간 운행했다. 도시철도공사 측은 "차량 좌우 번호를 착각한 기관사의 순간 실수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여섯 번째 칸 네 번째(6-4) 출입문이 열려 있었지만 기관사가 세 번째 칸 첫 번째(3-1) 출입문인 것으로 착각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출입문이 열리면 시스템상 지하철은 움직일 수 없다. 다만 기관사가 바이패스(bypass) 기능을 작동시키면 임의로 열차를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 당시에도 기관사가 바이패스 기능을 작동시켜 열차를 출발시켰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이번 일을 제외하면 문이 열렸는데도 지하철이 달렸던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행부서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한 관계자는 "육안으로 볼 때는 닫혀 있더라도 실제로는 전기적으로 접합이 안 돼 열려 있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땐 바이패스 기능을 작동시켜 임의로 차량을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적으로 접합이 안 돼 있으면 언제라도 문이 활짝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을 열고 달린 경우가 지금까지도 여러 차례 있었다는 얘기다.

◆비상 매뉴얼 허점투성이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기관사의 단순 실수'라는 도시철도공사의 설명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이 열렸다는 신호가 모니터에 떠 있는데도 육안으로만 확인하고 바이패스 기능을 작동시켰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메트로는 지하철 문이 열려 있거나 이상이 발생하는 즉시 승객들을 차량에서 내리게 한 후 다른 열차로 갈아타게 한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2007년 2호선에서 출입문에 이물질이 낀 채 한 정거장을 운행했던 사고가 있었던 직후 이 같은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도시철도공사 매뉴얼엔 출입문이 열렸다는 신호가 뜨면 육안으로 이상 여부를 확인한 후 다시 출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지하철 직원이 문이 열린 해당 차량에 탑승해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서울 지하철 관계자는 "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이 같은 매뉴얼 차이는 배차 시간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은 이용객이 많아 배차시간이 2~3분 정도인 데 비해 운행회사가 다른 5~8호선은 10분가량이다.

이 관계자는 "1~4호선 차량에 이상이 생기면 승객을 내리게 하더라도 다음 열차가 2~3분 만에 온다"며 "그러나 도시철도공사는 배차 시간이 길어 그런 조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열차 운행 지연에 따른 시민들의 민원을 우려해 안전을 도외시한 채 열차를 운행하는 것이어서 매뉴얼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