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바그너의 '지크프리트 장송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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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리하르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는 쉬는 시간 빼고도 매일 3~5시간씩 나흘을 공연해야 완결되는 역사상 가장 긴 오페라다. 첫날은 신의 우두머리 보탄이 난쟁이로부터 황금반지를 빼앗았다가 멸망의 저주를 받는 이야기,이틀째는 보탄과 인간 여인 사이에 태어난 쌍둥이 남매가 사랑에 빠져 신의 혈통을 지닌 지크프리트가 잉태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드디어 사흘째가 되어서야 모습을 드러낸 지크프리트는 반지를 지키는 용을 죽여 그 피를 뒤집어쓰고는 어떤 무기로도 죽일 수 없는 용장이 되더니,바위산 불길 속에 잠든 보탄의 딸 브륀힐데를 구출하여 맺어진다.
문제는 나흘째다. 토록 강한 지크프리트가 편력에 나섰다가 난쟁이의 아들에게 죽음을 당하는 것이다. 용의 피가 닿지 않은 딱 한군데에 창을 맞고 말이다. 관객들은 어렵게 탄생한 영웅의 허무한 죽음에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장효조에 이어 최동원까지 보내면서 '지크프리트의 장송행진곡'이 귓가를 맴돌았다. 그러나 진정한 영웅은 비극적인 면모를 수반해야 한다. 평생 행운의 별만 따라다닌 사람이 우리를 감동시킬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지크프리트와 마찬가지로 포부를 다 펼치지 못한 채 사라진 두 사람은 눈물과 감동으로 기억될 영웅별이 되었다.
유형종 <음악 · 무용칼럼니스트 ·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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