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 명품매장의 판매수수료에 대한 전면 조사에 돌입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백화점이 명품에 대한 입점수수료는 낮은 반면, 중소업체들의 수수료는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에 대한 압박이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명품업체는 그동안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국내 백화점들에 각종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백화점 측에 고가의 매장 인테리어비를 전액 부담하라고 강요한다거나 일부 지방 매장의 경우 판매수수료를 거의 '0'에 가까운 낮은
요율로 적용해달라고 요구한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공정위 관계자는 이를 두고 명품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음달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마트, 홈쇼핑 등의 수수료 인하 조치를 앞두고 착수한 조사의 일환이라는 얘기다.

정진욱 가맹유통과 과장은 "최근의 조사는 지난 6일 합의했던 백화점의 수수료 인하의 연결선상"이라며 "중소업체들의 납품현황을 살피다보니, 명품업체들에 대한 부분도 조사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화점들은 명품들의 집객효과 등을 들면서 낮은 수수료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면서도 "명품들의 판매창구가 플래그숍을 제외하면 백화점 정도인 점을 볼 때, 백화점이 명품업체에 대해 일방적으로 '을'이라는 주장은 약간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수수료 인하시기가 임박함에 따라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하던 중에 자연스레 명품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백화점들은 중소업체들의 수수료 인하에는 적극적으로 추진중이다. 그러나 명품업체들의 수수료를 올려 형평성을 맞추는 것에는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정위는 명품업체들의 수수료를 조사해 백화점을 압박하겠다는 카드를 내민셈이다. 3대 백화점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이 지난 1991년 25.8%에서 2001년 27.2%로 그리고 지난해 29.3% 수준으로 계속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6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과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 등 유통업체의 최고경영자(CEO)들은 간담회를 갖고 다음 달부터 중소납품업체들의 판매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백화점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약 30%지만 이를 3~7%포인트 낮출 방침이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