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저항선 무너져 장중 한때 1141원…지금 속도라면 3~4일 후 1200원 넘을 수도
원 · 달러 환율이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25원가량 뛰면서 1140원에 육박하자 외환시장에선 이 같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외환딜러들은 "환율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혀를 내둘렀다. 핫머니(국제 금융시장의 투기성 자금)가 원화 급락(환율 급등)에 베팅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돌았다. 일부에선 "지금 추세라면 환율이 1200원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천장 뚫린 환율
이날 환율은 전주말보다 24원50전 오른 1137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29일(1146원40전) 이후 약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오전에는 1120원이 저항선 역할을 했다. 달러를 '사자'는 쪽과 '팔자'는 쪽이 공방을 벌였다. 정부가 환율 상승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시장개입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오후 들어 환율은 한 방향으로 급속히 쏠렸다. 오후 1시40분께 1122원이던 환율은 50분 만인 2시30분께 1136원까지 뛰었다. 이후 소폭 조정을 받은 뒤 오후 2시37분께 1130원에서 약 20분 만에 장중 최고치인 1141원까지 뛰었다.
◆'달러 팔자'가 없다
최근 환율 급등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불안이다. 김성순 기업은행 차장은 "지난주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담이 아무 성과 없이 끝나면서 불안감이 커졌다"며 "아시아 통화들도 대부분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20~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22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현재로선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달러 수급도 '달러 매수' 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김진주 외환은행 계장은 "역외세력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달러를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반면 달러를 팔겠다는 쪽은 거의 없다"며 "달러 매수세가 조금만 몰려도 환율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환율 방어'에 한계가 있다는 관측도 한 요인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2008년 위기 직전 정부가 달러 매도에 나섰다가 리먼브러더스 파산 후 외화유동성 부족으로 낭패를 봤다"며 "외화유동성 관리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환율 방어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200원도 장담 못해"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주 환율이 1100원대로 올라선 뒤부터 환율 상승을 가로막는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지면서 사실상 '환율 천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진우 NH선물 금융공학실장은 "역외 투자자를 중심으로 유럽 위기 확산 가능성에 베팅하는 분위기"라며 "지금은 기술적 분석에 따른 환율 전망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 외환딜러는 "지금 같은 상승 속도라면 3~4일 후 환율이 1200원을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