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삼열 2012여수엑스포 유엔특별대표(70 · 사진)는 자칭 '세계시민'이다. 편지봉투에 주소를 쓸 때도 '대한민국'이나 '서울시'가 아니라 '지구촌'을 먼저 쓰자고 주장한다. 국가 이익보다 인류 전체의 공공선(公共善)을 먼저 생각하자는 의미에서다. 지난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그를 여수엑스포 유엔대표로 임명했다. 그는 여수엑스포에서 유엔이 세계를 향해 보낼 메시지를 만드는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구 대표는 고려대 법대와 미국 컬럼비아대 신문대학원을 나와 1968년 AP통신사에 입사했다. 20여년을 기자로 일한 뒤 1987년 국제아동기금(UNICEF) 의회 담당 조정관으로 자리를 옮기며 유엔에 처음 발을 디뎠다. UNICEF 대변인,유엔 공보처 진흥섭외국장,유엔본부 특별기획본부장 등을 지냈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정명화 씨가 그의 부인이다.

그가 인권,환경,경제발전 등 인류 공동의 목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때는 AP통신 유럽특파원으로 로마에 주재하던 시절이었다. 교황을 만날 기회가 종종 있었고 그때마다 '인류가 하나되도록 기사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거리가 멀었다. 구 대표는 "글로벌 통신사조차 인종적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사건 사고가 났을 때 미국민 1명이 죽었다는 뉴스는 저개발국민 수십명이 죽었다는 뉴스와 같은 크기로 보도됐어요. 모든 인간의 생명이 동등하게 다뤄지지 않았죠.1987년 우연한 기회에 제임스 그랜트 당시 UNICEF 총재를 만나 이런 고민을 털어 놓았더니 그가 UNICEF 의회담당 조정관으로 올 것을 권유했죠.그 뒤 지금껏 유엔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구 대표는 유엔에서 보츠와나,짐바브웨,토고,베넨 등 저개발국 사람들이 열악한 위생 · 의료환경에 처해 있음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들 나라에서 UNICEF 회의를 열어 회의 참석차 온 유엔 관료,언론인,비정부기구(NGO) 활동가 등에게 자연스레 '현장'을 보게 했다. "현장을 본 사람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하루에 4000명의 어린이가 쉽게 예방할 수 있는 질병으로 죽어간다'는 뉴스는 하나의 통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울며 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니 4000명을 보게 된다. 현장 활동으로 생긴 '조력자'들이 도움을 줘 1989년 유엔 총회에서 '유엔아동권리협약(CRC)'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유엔은 여수엑스포에서 보여줄 메시지를 이달 안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구 대표는 이를 위해 유엔 산하 부처들의 의견을 모아 조율하고 있다. 그는 "'에듀테인먼트(교육과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적 성격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바다가 주는 자원을 절제 있게 사용하기 위해 국제적 공조체제를 구축하자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