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용·트레이딩·자산형성, 용도 따라 장·단기 운용
자산형성은 펀드투자 바람직
소액 적립식으로 목돈 마련
일정자금 되면 포트폴리오로
지금과 같은 인생 100세 시대에 후반 인생을 행복하게 보내려면 △건강 △노후에도 할 수 있는 일 △궁핍하지 않을 정도의 노후 생활자금이 필요하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후자금 준비는 '할 수 있느냐,없느냐'의 문제일 뿐이었지 방법 자체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높은 금리가 이어져 왔기 때문에 예금으로 어느 정도 목돈을 마련한 후 금융회사 대출금을 더해 괜찮은 부동산에 투자해두면 노후자금은 물론 평생 필요한 자산도 축적할 수 있었다.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올랐기 때문에 노후에 부동산을 팔아서 쓰거나 임대소득으로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현상이 오랫동안 계속되다 보니 한국가정의 자산구조가 지나치게 부동산에 편중돼 있다는 게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말 기준 가구당 부동산 자산의 비율은 80%정도로,미국의 33%,일본의 40%에 비해 지나치게 부동산에 편중된 것으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소득수준과 연령이 높아질수록 부동산의 비중은 줄이고 금융자산의 비중은 높이는 게 자산관리의 원칙이다. 60대 전후 퇴직 무렵쯤에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을 각각 절반 정도씩으로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비율을 조정해나갈 필요가 있다.
◆금융자산 관리는 세 개의 주머니로
그렇다면 비중을 점차 늘려 나가야 할 금융자산은 어떤 형태로 보유하는 게 좋을까. 세 개의 주머니,즉 '생계용 주머니'와 '트레이딩 주머니','자산형성 주머니'에 나누어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생계용 주머니는 △6개월 안에 지출해야 할 생활비 △자녀 학자금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비한 비상금을 넣어두기 위한 것이다. 이 주머니는 필요하면 언제든 꺼내어 쓸 수 있도록 자금을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같이 원금 손실 염려가 거의 없는 저축성 상품에 운용해야 한다. 때문에 '저축 주머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트레이딩 주머니로는 주식 선물 옵션 등 가격 변동성이 큰 상품을 단기간에 사고 팔면서 수익을 내고 싶은 자금을 관리한다. 위험을 각오하고 단기간에 승부를 건다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투기 주머니' 혹은 '대박 주머니'라고도 부를 수 있다.
자산형성 주머니에는 자신의 꿈을 실현할 자금을 담는다. 자녀들 양육비,결혼 자금,주택구입 자금,은퇴한 뒤의 생활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사용한다. 이 주머니는 장기 · 분산투자의 원칙을 지켜가면서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 주머니'라고도 한다.
지금까지 국내 가정에서는 대부분의 금융자산을 생계용 주머니와 트레이딩 주머니로 관리하고 정작 가장 중요한 자산형성 주머니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노후대비에 가장 필요한 주머니는 자산형성 주머니이다.
◆자산형성 주머니는 펀드투자로 운용
자산형성 주머니는 펀드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과 같이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커지고 정기예금 금리는 연 3~4%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는 노후대비 자산형성을 위해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주식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일반투자자가 주식 개별종목에 직접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직장인은 자신의 직장일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전문가가 대신 운용해주는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직장인의 가장 주요한 수입원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나오는 월급,또는 사업소득이다. 자신의 직업으로 소득을 높이려는 노력은 게을리하면서 주식투자에만 열중하는 방식으로는 자산운용에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투자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자신은 가장 큰 자산형성 '엔진'인 직장일에 충실하는 게 바람직하다.
◆펀드는 적립식이나 포트폴리오 방식
문제는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주위에서 보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말만 믿고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다가 주가하락에 놀라 펀드를 서둘러 환매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보통의 직장인들은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를지 떨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전제 아래 투자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소액은 적립식으로,목돈은 포트폴리오 방식으로 투자하는 게 방법이다.
적립식 투자는 대부분 젊은 투자자들이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일정액씩 적금 붓듯이 투자해 나가는 방법이다. 다소 공격적인 주식형 펀드로 고르는 게 좋다.
채권형 펀드나 CMA로 적립식 투자를 해도 안될 건 없지만 적립식 투자의 묘미를 얻을 수 없다. 마음이 약해서 주식형 펀드에 거부감을 느끼는 투자자라면 혼합형 펀드에라도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혼합형 펀드란 주식과 채권을 각각 절반씩 비율로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적립식 투자를 시작하는 타이밍은 어느 때라도 상관이 없다. 예를 들어 2007년 가을처럼 주가 수준이 높을 때 시작한다면 매달 정해진 적립금으로 매입할 수 있는 투자대상의 규모는 작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몇 달을 적립식으로 투자해 나가다 보면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 모처럼 큰 맘을 먹고 생활비를 절약해서 적립식 투자를 해왔는데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실망이 클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 시점에서는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에 투자대상 종목들의 가격도 낮아져 같은 금액으로 살 수 있는 규모도 커지게 된다.
이런 식으로 몇 년을 계속 해서 투자해 나가면 펀드의 평균 매입단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것을 '코스트 애버리지(cost average) 효과'라고 부른다.
적립식 투자를 몇 년 계속해 나가다 보면 투자한 금액이 5000만원 또는 1억원의 목돈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 단계에 이르면 투자방식을 포트폴리오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포트폴리오란 이탈리아어로,본래의 의미는 '서류를 끼우는 홀더'라는 뜻이다. 이것이 금융용어로 쓰일 때는 '금융상품을 넣는 바구니'또는 '보유금융상품 일람표'라는 뜻이 된다.
예를 들어 어떤 투자자가 고향에 있는 땅을 팔아 마련한 1억원의 자금으로 주식형 펀드에 5000만원,채권형 펀드에 4000만원,CMA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1억원을 3개의 금융투자 상품에 5 대 4 대 1의 비율로 포트폴리오를 짜서 투자했다고 한다. 포트폴리오를 짤 때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와 같은 공격적인 상품과 채권형이나 CMA같은 안정적인 상품의 비율은 나이,재산상태,가족상황,자신의 투자성향,투자기간 등 형편을 고려해 정한다.
포트폴리오를 짜서 우량펀드에 투자한 후에는 3개월,또는 6개월 간격으로 기간을 정하여 점검을 한다. 이런 식으로 5년,10년 장기투자를 해나가면 매일매일 주가를 바라만 보는 투자자보다 단기적으로 수익을 못 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좋은 수익율을 기대할 수 있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 chkang@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