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인 SL인베스트먼트(대표 이영수)가 법원 경매를 통해 벤처기업 지분에 투자해 눈길을 끌고 있다. 법정관리 기업이 가지고 있는 다른 회사 주식을 공개 입찰을 통해 사들이는 것으로 벤처캐피털의 법원 경매 투자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18일 벤처캐피털 업계에 따르면 SL인베스트먼트는 이달 초 SLi그로스액셀러레이션 펀드를 통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Y사의 '지디'보유 지분 일부를 56억원에 인수했다. SL인베스트먼트는 이 거래를 통해 70% 이상의 평가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디에 투자한 벤처캐피털은 SL인베스트먼트 외에도 몇곳이 있다.

하지만 가장 최근 투자한 SL인베스트먼트는 경매로 오히려 이들 벤처캐피털보다 더 낮은 가격에 주식을 인수하게 됐다. 지디가 내년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어 수익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 벤처캐피털 업계 대표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틈새형 세컨더리 투자"라며 "펀드의 수익성을 높이고 법정관리 기업의 현금 유동성 제고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벤처캐피털들이 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보니 이처럼 틈새상품을 찾아 나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 벤처캐피털들이 상장기업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잇따라 투자하거나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도 벤처펀드들의 규모 확대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디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식각기술을 통해 얇게 만드는 LCD 슬리밍 업체다. 테크노세미켐,켐트로닉스와 함께 삼성전자의 3대 LCD 슬리밍 외주 업체로 꼽힌다. 지난해 매출 182억원,영업이익 58억원을 올렸으며 내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한다는 계획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