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국내 12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다고 한다. 2차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대부분 은행이 3개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결과가 나왔다. 극단적 위기상황을 가정한 테스트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심히 우려되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나마도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벌써 몇달째 두 눈을 부릅뜨고 부산을 떤 결과다. 시중은행들이 내수시장에서 금리차나 따먹는 안이한 면허장사에 익숙한 터여서 대외 태풍이나 쓰나미에 취약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해온 그대로다.

그러나 개별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보다 더 시급한 것이 국내 금융시장 자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리스크를 평가하는 일이다. 국내 금융시장은 견고한 실물부문이 버티고 있음에도 대외변수에 너무나 쉽게,그리고 크게 휘둘린다. 지난 13년간 기축통화국가도 아니면서 미국 흉내를 내왔던 정부의 과도한 자본시장 개방에 그 원인이 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바로 이 때문에 실물부문에서 웬만한 경상이익을 내더라도 자본수지에서 휘둘리면 백약이 무효가 되고 마는 것이다. '외국인 자금유출→주가 급락→환율 급등→해외차입 불능'이라는 한국 특유의 위기공식도 여기서 생겨났다.

외국인 자금이 단기간 수조원씩 들락거리며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증시가 있는 한 경상수지도 환율도 버틸 수 없다. 작금의 유로존 위기에서도 국내 금융시장은 현금자동인출기나 다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만 들볶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소위 은행세(외환건전성부담금)와 선물환포지션 규제 외에 추가 규제는 없다는 입장부터 재고해야 할 때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구조적 문제를 풀지 않고선 그 어떤 위기대책도 실제 상황에선 작동불능이다. 은행세 강화,토빈세와 자본이득세 도입 등 가능한 안전장치부터 확보하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