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에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가 대중화하는 데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

세계 1위 자동차 부품회사인 독일 보쉬그룹의 베른트 보어 자동차부문 회장(사진)은 1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장에서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이 아직은 장거리 주행을 뒷받침하기는 힘들다"며 이같이 말했다.

보어 회장은 "몇 년 내에 전기에너지로 300~400㎞를 달릴 수 있는 플러그인(plug-in)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 전기차들은 대부분 도심에서 짧은 거리를 운행하는 데 적합할 것 같다"고 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차량으로 미리 충전한 전기에너지로 먼저 주행한 뒤 힘이 떨어지면 동력을 내연엔진으로 바꾸는 하이브리드카를 말한다. GM의 전기차 볼트가 대표적이다.

그는 2020년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가 3~5%,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는 6~7%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10년 이내에 전기차 방식이 줄잡아 10% 선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보어 회장은 "보쉬는 리튬이온 배터리 등 전기차 부품 투자를 꾸준히 늘리면서 내연기관 투자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소개했다. 내연기관에서도 고연비 · 친환경 기술이 지속 발전할 수 있고 시장도 넓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구체적으로 가솔린 엔진의 직접연료분사장치 발전,디젤엔진의 연료효율시스템 개선,그리고 차가 정지하면 자동으로 시동이 꺼졌다가 출발 때 재시동하는 스타트앤드 스톱 (start&stop)시스템 확대 등을 통해 지속적인 연비 개선 및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보어 회장은 "보쉬는 미래에 대비해 어느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하는 대신 최적화된 내연기관은 물론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기술 등 관련 산업 전반에 걸쳐 연구 · 개발(R&D)을 지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올해에만 자동차사업 매출 32억유로(4조5000억원)의 10%가량을 R&D에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어 회장은 보쉬와 삼성SDI가 50 대 50의 비율로 합작해 설립한 SB리모티브와 관련,"2013년까지 5억달러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배터리와 자동차 산업이 결합된 SB리모티브는 그 자체로 찬사를 받는 합작"이라고 강조했다.

보쉬가 최근 자체 배터리공장을 설립키로 한 데 대해선 "해당 프로젝트는 선박용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일 뿐"이라며 "보쉬가 단독으로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에 진출하는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보쉬가 개발하는 배터리 분야 기술은 서로 공유할 예정으로 SB리모티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보어 회장은 GM의 전기차 볼트에 리튬이온 전지를 공급하는 LG화학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배터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우리의 경쟁자"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