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히트를 친 영화 쿵푸팬더 시리즈도 한국인들의 손길을 거쳐 나왔다. 드림웍스 직원인 여인영 감독(39)과 전용덕 레이아웃팀장(40),김현승 캐릭터 아티스트,그리고 허현 모델링팀장(42)등이 그들이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드림웍스 본사를 방문해 애니메이션 영화 '쿵푸팬더2' 제작에 참여한 한국인 4명을 만났다. 여 감독은 창의성을 중시하는 드림웍스 기업문화를 얘기했고,전 팀장은 애니메이션 한 컷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설명했다.
여 감독은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일이라서 직원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회사에서 배려를 많이 한다"며 "회사 안에 병원과 의사,영양사가 있고 요가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어서 밖으로 나갈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인 직원은 20명쯤 된다고 했다.
전 팀장은 "사내에서 탁구대회를 연 적이 있는데 한국인들이 단식과 복식을 싹쓸이 했다"고 들려줬다. 구내식당에서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카젠버그를 포함해 전 사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인끼리 결승전을 치렀다는 것.전 팀장은 "회사 식당에서 음식이 잘 나와 다들 살찔까 걱정한다"며 웃었다.
이들에게 회사에서 창의성을 살리기 위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여 감독은 "일을 하다 보면 카젠버그랑 얘기할 때가 많은데 늘 받는 질문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돈이 적게 드느냐고 물어본 적은 한 번도 없고,대신 새롭고 흥미로운 것이냐,창의적인 것이냐,실사로 만드는 것보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게 더 좋으냐고 물었다"고 들려줬다.
여 감독은 "작품을 구상할 때 비용은 전혀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감독은 창의적인 생각만 한다. 비용과 관련해 압박받은 경우는 없다. 쿵푸팬더2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나는 모른다. 월급을 받을 뿐이다. 제작비는 지원팀에서 알아서 처리한다"고 답변했다.
작품을 구상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게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여 감독은 거침없이 "캐릭터"라고 답했다. "사람들이 90분 동안 보고 싶어할 캐릭터인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승 씨가 거들었다.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을 제작하는 데 4년 내지 4년 반이 걸리는데 스토리를 구성하고 캐릭터를 설정하는 데 2년 내지 2년 반이 걸린다. 스토리와 캐릭터는 결정하고 나면 바꾸기 어렵다. "
전 팀장은 "애니메이션 2초 분량을 만드는 데 1주일,2주일이 걸린다"며 "쿵푸팬더 1편에서 나쁜 캐릭터가 탈옥하는 장면을 제작하는데 1년 반,2년이 걸렸고 다리에서 싸우는 장면만 8개월 걸렸다"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허 팀장은 "애니메이션은 글로벌 사업이다. 전 세계가 시장이다. 3D(3차원) 기술은 한국에서도 많이 발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2D 영화를 3D로 전환하는 작업은 외부에 맡기는데 한국 기술력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다만 "공동제작이라면 처음부터 같이 작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