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컴퓨터 서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했다 해도 창작자가 무료 배포를 의도하지 않았다면 도용에 해당돼 이용자가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강영수)는 컴퓨터 서체 디자이너 박모씨가 “내가 디자인한 한글 글자체를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며 귀금속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인 이모씨 부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씨 부부는 1610만원을 손해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의 서체는 먹작업을 통한 독특한 형태로,글자 윤곽선 수정 작업 등을 통해 박씨의 창의적 개성이 표현됐다”면서 “한글 서체 도안 자체는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아니지만,박씨가 서체 디지털화 작업 등에 노력을 했기 때문에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로는 인정된다”고 판결했다.재판부는 “이씨 부부가 박씨의 서체를 이용해 상품을 제작하거나 광고문구를 작성한 행위는 서체 파일 저작재산권 중 복제권 침해”라며 “박씨가 서체 무료 배포를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이씨 부부가 무료로 다운로드한 행위는 고의적”이라며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서체 파일의 저작권이 판매대행사에 귀속되는 것으로 기재,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인터넷에 업로드된 원인 중 하나는 박씨의 관리 소홀”이라며 이씨 부부의 배상 책임을 제한했다.박씨는 1억2000만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했다.

박씨는 1997년 해당 서체를 창작해 같은해 구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에 따라 서체 프로그램을 등록하고 대행업체를 통해 서체를 판매해 왔다.이씨 부부가 2005년 박씨의 서체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다운로드받은 후,자신들이 운영하는 귀금속 온라인 쇼핑몰에서 해당 서체를 이용해 상품을 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박씨는 올해 2월 소송을 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