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지난주 당 · 정 · 청 회의를 거쳐 2012년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정부의 이번 개편안은 활기찬 경제와 공정한 사회라는 명제로 만들어지기는 했어도 가장 큰 고민은 국가재정의 안정성을 앞으로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였을 것 같다. 왜냐하면 최근 남유럽 선진 국가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라는 하나의 지표로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고 경우에 따라 국가 파산까지 가는 것을 눈앞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비율은 30%대 수준으로 크게 나빠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공기업과 사회보장 부문의 막대한 잠재부채가 현실화되고,정치권의 포퓰리즘 복지 지출이 증가하기 시작하면 국가부채가 어떻게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으로 국가부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세제개편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해에 복지 포퓰리즘으로 여야 모두 경쟁적으로 복지 지출을 더 늘리도록 요구한다면 새로운 개편안은 당연히 세율을 인상하거나 세수(稅收) 기반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세수를 올린다고 국가부채 비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 즉 아무리 균형 재정을 달성한다고 해도 국내총생산이 감소하면 부채비율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의 조세 개편안은 단순히 세수 확보가 아니라 성장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 돼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국가신용에 문제가 안 생기고 경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에 나온 세제 개편안은 우리 경제의 성장을 오히려 둔화시킬 수 있는 불안 요소들이 있다.

우선 부자 감세(減稅)라고 하는 법인세율 인하의 포기다. 법인세가 인하되면 기업의 순수익률이 상승해서 투자가 늘어난다. 투자 증가는 고용 증가로 이어진다. 또한 새로운 벤처 창업을 유발해 또 다른 고용을 증대시킨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집단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실업 위기에 처해 있는 청년근로자들일 것이다. 따라서 법인세를 예정대로 인하하는 것이 경제는 물론,고용으로 청년들도 살리는 것이다.

둘째, 임시투자세액공제를 폐지하는 것도 문제다. 이 제도는 이미 20년 이상 유지돼왔고 기업들은 이를 사실상 상설화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신상품의 수명이 점차 짧아지는 추세에서 투자세액공제는 기업들이 적기에 선제적 투자를 하도록 하는 데 큰 유인이 됐다. 현재와 같이 경제 활성화가 요구되는 시점에 이를 거둬들이는 것은 실물투자와 관련된 고용 창출도 포기하는 것이다. 또한 이 제도의 혜택이 대기업에만 간다고 하지만 현재와 같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다단계 부품생산 체계에서 중소기업에도 혜택이 간다. 오히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상설투자세액공제로 전환시켜야 한다.

셋째, 고용창출세액공제 제도로 투자세액공제와 고용창출을 연계시키는 것은 부작용이 더 크다. 신규 투자는 생산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자동화나 인력을 줄이기 위한 것이 많다. 따라서 고용창출과 투자세액공제를 연계시키는 것은 기업의 생산성 증대를 억제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고용보험의 경험에 따르면 고용에 대한 보조금을 늘린다고 해서 고용이 크게 늘지 않는다. 기업은 중장기적 투자계획에 입각해서 인력을 충원한다. 그리고 기업의 까다로운 기준에 맞아야 고용을 한다. 왜냐하면 자본과 달리 근로자들은 쉽게 퇴출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생산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신규 투자를 하는데 여기에 불필요한 인력을 고용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세제혜택의 효과를 오히려 반감시키는 것이 된다. 따라서 고용창출세액공제와 투자세액공제 제도는 별도로 운영해서 서로 자연스러운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

과다한 복지 지출로 우리경제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외국인에게 세제 개편안으로 보여야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 지금은 어떻게든 우리 경제에 성장의 불씨를 살려내야 할 때다.

김원식 < 건국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