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정말 초라했다. 서울 남산 하얏트그랜드호텔의 한 귀퉁이에 직원 3명이 전화기 달랑 한 대씩 놓고 출발했던 구멍가게 같던 회사.자본금 700만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창업 10년 만에 연 매출 5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 최초 의전관광 전문 여행사를 일군 정명진 코스모진 대표(39 · 사진)의 스토리다.

코스모진은 서울 소공동 프레지던트호텔에 있는 본사를 비롯해 수도권에만 5곳의 지사를 두고 있다. 직원도 50명이 넘는다. 정 대표는 "2001년 창업 당시 '천편일률적인 관광 서비스가 아닌 좀 더 특별한 사업 아이템이 없을까?' 고민했고 'VIP 관광 서비스'를 해보면 성공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홍익여고와 호주 골드코스트대 경영학부를 나온 정 대표는 국내 건설회사 기획부에 취업해 멀티플렉스 영화관 · 스포츠센터 건설 사업에 참여하면서 멤버십 운영을 도맡았다. 당시 정 대표는 '명품 VIP 멤버십'을 기획해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사내에서 채택받진 못했지만 결국 VIP 서비스 사업체를 차리는 밑거름이 됐다.

'의전관광'이란 한국을 방문하는 VIP 외국인들에게 1 대 1 맞춤형 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여행 목적 중 주로 '기타 목적'으로 들어오는 고객을 겨냥한다. 정부 · 지방자치단체 행사나 학회 참석,시장 조사,비즈니스 방문 등이 주목적인 고객들이다.

코스모진은 이들에게 공항 영접,호텔 숙박,관광,통 · 번역,경호,각종 예약이나 섭외 등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국 정부 인사들의 경우 공항 의전실 섭외는 물론 외교부 · 경찰청에 국빈급 경호를 요청하기도 한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로버트 굴드,영화감독 우디 앨런,영화배우 겸 모델 신디 크로퍼드,세계적 행위 예술가 바네사 비크로프트,유튜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첸 등이 코스모진의 서비스를 이용했다.

정 대표는 "의전관광은 준비작업이 만만치 않다"며 "식단 · 종교 · 문화 취향 등 철저하게 고객의 '니즈'에 맞춘 여행상품을 기획하기 위해 사전조사를 한 달 이상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비용도 일반 여행상품에 비해 몇 곱절 비싸다.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 코스는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이라고 한다. LG그룹의 해외 VIP 고객을 담당했을 때는 호텔 비품이나 가전제품을 모두 LG그룹 제품으로 바꿨고,낚시를 좋아하는 외국인 VIP를 위해 배에 물고기 유도장치까지 부착할 정도로 세심하게 준비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정 대표는 올 들어 경기도 개발공사 · 에버랜드 등과 함께 셔틀버스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 강남구청과 강남투어 사업도 협의 중이다. 2006년 결혼한 남편도 최근 코스모진에 합류해 교육사업을 맡고 있다. 정 대표는 "앞으로 의전관광 전문 가이드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