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25%로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8일 오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2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6월 0.25%포인트 인상된 뒤 석달째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은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정상화' 기조를 밝히며 이달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대외 불확실성에 금리인상 카드를 다시 한번 미룬 것이다.

다만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은 갈수록 강해지는 상황이라 이번 금리 동결 결정으로 인해 향후 한은 금통위의 선택지가 더 적어졌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실적으로 연내 한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리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현재 인플레이션 압력이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시장에 시그널을 줬어야 하는 타이밍이지 않았나 싶다"며 "대외 불확실성 요인은 (단기간 내에 해결되지 않아) 상존할 것으로 본다면 금리는 연내 한차례 인상이나 현 수준 동결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3% 상승, 2008년 8월 5.6%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4%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소비자물가지수가 5% 대까지 오른 것이다. 특히 가격변동이 심한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4% 올라 2009년 4월 4.2%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기준금리는 2009년 2월에는 사상최저치인 2%까지 내려갔다가 지난해 두 차례, 올해 들어서는 1월과 3월, 6월 총 세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인상됐다.

한편 기획재정부 1차관이 임명되지 않은 관계로 이날 금통위 회의에 열석발언권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금통위 기준금리 발표 직후에도 큰 변동 없이 107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