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8일 대우증권에 대해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이 당국과 산은지주 입장에는 맞아 떨어지겠지만 주주가치제고 흔적은 없어 보이는 결정이라며 목표주가를 1만3000원으로 43% 하향조정했다. 중립 투자의견은 유지.

이철호 한국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증권은 전날 1조4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기존 발행주식수의 67%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라며 "증자 후 2011회계연도말 예상 자기자본은 4조3000억원, 이익창출력은 연 4000억원에 못 미쳐 자기자본이익률(ROE) 전망은 9%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밝혔다.

이 애널리스트는 "신주는 최근 1배 미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의 주가에서 15% 할인 발행되고, 1주당 0.56주씩 부여되는 방식이어서 희석 정도가 크다"며 "증자대금의 수익 창출 효과를 간편 추산하면 약 900억원(재무레버리지 6.3배 가정)이고 이에 따른 주당순자산(BPS), 주당순이익(EPS) 희석은 12%, 17%"라고 추산했다.

대우증권의 장기 비전에는 공감하지만 당분간은 이번 결정의 당위성 입증 부담이 클 것이라고 이 애널리스트는 지적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주주보다는 대주주인 산은지주의 입장에서 내려졌다고 짐작한다"며 "산은지주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민영화 및 수익모델 공고화가 절실한 입장인데, 계열 내 산업은행보다 두 배 이상 지점을 가지고 있고 기업금융 시너지 창출이 용이한 증권업과의 결합을 위해서는 대우증권에 대한 지분율 확대가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당국도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계를 주도할 초대형증권사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자발적 인수합병(M&A)이 부족한 데 대해 아쉬움을 피력한 바 있다"며 "종합하면 증자 과정의 실권주는 산은지주가 전량 인수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30% 가량이 포기될 경우 산은지주의 지분율은 47%로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이번 결정이 타 증권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 투자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우리투자증권의 5000억원 증자 가능성은 다수 언론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는 "증자에 성공한다면 두 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4조원(대우증권), 3.2조원(우투증권)에 달하게 된다"며 "이 경우 2조원 초중반의 나머지 대형 증권사들도 경쟁 때문에 대규모 증자를 결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다만 사실상 정부 소유의 두 회사와 나머지 회사들은 대주주 자금 동원력 면에서 현저히 차이가 난다며 증자 우려로 단기 주가 부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겠지만 나머지 대형사들은 추이를 살피며 보완자본 활용, 자발적 M&A 등 부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