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獨 해저 가스관 개통…유럽은 '자원 식민지' 걱정
"천연가스를 생산하지 못하는 이상 유럽은 러시아의 자원 식민지가 될 것이다. "(AFP통신)

러시아가 발트해 부근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독일로 직접 보내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을 6일 개통했다. 이 가스관은 발트해 해저를 따라 러시아 서부 항만도시 비보르크에서 독일 북동부 그라이프스발트까지 이어진다. 중간 경유지였던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게 되는 것이다.

2006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으로 가스 공급이 중단됐던 유럽연합(EU)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AFP는 "러시아가 서유럽으로 가는 직통 가스관을 완공해 가스 공급량을 늘리면서 EU에 대한 외교적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유지 역할을 박탈(?)당한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반발할지도 걱정이다.

◆"서유럽 2600만가구,러시아산 의존"

노르트스트림은 총 길이가 1224㎞로 세계에서 가장 긴 가스관이다. 이 가스관은 발트해 해저를 지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를 거치지 않는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직접 가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간 275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이 가스관을 통해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등으로 공급될 예정"이라며 "2013년 두 번째 가스관이 완공되면 독일로 직송되는 가스 운송량은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고 보도했다. FT는 2013년부터 러시아산 가스가 서유럽 2600만가구의 천연가스 수요를 충족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서유럽 국가들은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가스를 공급받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러시아는 서유럽 국가들과 가스 직거래를 하게 됨에 따라 EU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EU는 지금도 매년 가스 수요의 약 25%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핀란드 슬로바키아 등 7개국은 가스의 100%를 러시아에서 가져다가 쓴다.

◆EU,우크라이나는 긴장

그러나 EU가 과거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이 끊어져 큰 혼란을 겪은 경험이 있는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 러시아가 자원을 무기로 외교적 영향력 확대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가스 분쟁이 일어났다.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가스의 가장 중요한 통로인 우크라이나가 가스를 몰래 빼 쓰고 가스 대금을 체불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의 밸브를 잠가버렸다. 두 나라 간 분쟁의 피해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공급받는 EU 국가들로 고스란히 전가됐다. 가스 공급이 전면 중단되자 이들 국가의 공장은 가동을 멈췄다.

귄터 외팅거 EU집행위원회 에너지 담당위원은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 간 경계를 뛰어넘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역내 정부 간 에너지 계약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2006년과 2009년처럼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기 위해 EU 국가끼리 뭉치자는 것이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등 기존 가스관 경유 국가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FT는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러시아가 유럽으로 수출하는 가스의 70%는 우크라이나를 지나는데 러시아가 자체 가스관을 사용하면 우크라이나는 타격을 입게 된다"고 전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