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에 이어 홈플러스도 창고형 할인판매 사업에 뛰어들었다. '트레이더스'란 이름으로 별도의 점포를 낸 이마트와 달리 기존 매장에 있는 각 품목별 상품진열대의 한켠을 '도매가 상품'으로 채운 일종의 '숍인숍' 형태다. 롯데마트도 내년 초 창고형 할인업에 뛰어들기로 선언한 만큼 자영업자들을 잡기 위한 대형마트 '빅3' 간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7월부터 서울 월드컵점,서울 강서점,인천 간석점 등 3개 점포를 대상으로 창고형 할인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낱개 제품이 진열된 상품군별 판매대 한켠에 대용량 박스 제품을 진열해 놓고 비회원제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들 상품 앞에는 '도매가 상품'이란 팻말과 함께 '박스 포장으로만 판매하는 상품입니다. 낱개 판매는 불가합니다'란 설명을 붙여놓았다.

당초 홈플러스는 이마트처럼 별도의 창고형 할인매장을 내는 방안을 검토했지만,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숍인숍 형태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가 '도매가 상품'으로 내놓은 상품은 가공식품 90개,신선식품 20개,간편조리식품 10개 등 모두 120개에 이른다. 창고형 할인 사업이란 취지에 걸맞게 가격은 이마트 트레이더스 수준으로 확 낮췄다.

CJ제일제당의 '스팸' 1박스(200g짜리 16개) 가격은 3만6000원(1개당 2250원)으로,바로 옆에 놓인 낱개 제품(3270원)보다 31% 저렴하다. 커피믹스 900개가 들어간 동서식품 '맥심모카골드믹스'의 도매가 상품(8만9000원 · 1개당 98원) 역시 50개들이 소포장 제품(7400원 · 1개당 148원)보다 34% 싸다. 110g짜리 프링글스 감자칩 12개들이 박스제품 가격은 1만9500원(1개당 1625원)으로,낱개 판매가격(2480원)보다 34% 저렴하게 책정했다. 홈플러스는 '10㎏짜리 소금' 등 그동안 취급하지 않던 '업소용 제품'도 상당수 들여놓았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식당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도 큰 관심을 보인 덕분에 3개 시범운영 점포의 도매가 상품 매출이 하루 평균 3000만원에 달할 정도"라며 "도매가 상품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만큼 다음달부터 적용 점포를 본격적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가 새로운 방식으로 창고형 할인사업에 진출함에 따라 자영업자를 둘러싼 대형마트 빅3 간 경쟁도 '3사(社) 3색(色)'으로 펼쳐지게 됐다. 용인(구성점) 인천(송림점) 대전(월평점) 부산(서면점) 등 4곳에 문을 연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비회원제인 데다 창고형 할인매장치고는 구성이 깔끔하다는 점에서 '한국식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꼽힌다. 반면 롯데마트는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코스트코' 스타일의 정통 창고형 할인매장을 내년 초 서울 금천점을 시작으로 수도권 외곽에 집중적으로 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인해 한푼이라도 싼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자 대형마트들이 창고형 할인 사업 확대에 나선 것"이라며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이마트가 최근 성수점에 홈플러스와 비슷한 스타일의 도매가 상품 코너를 만드는 등 '경쟁업체 벤치마킹'도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