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석달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번 금리동결 결정의 배경으로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를 꼽았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8일 기자설명회에서 "현행 기준금리 3.25%는 중립 금리 수준은 아니다"며 "국내 경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대외적인 여건을 고려하면서 금리를 결정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김 총재는 "정책적으로 가능성을 열어둘 수는 있지만, 현재 (금리수준에서는)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 총재는 이달 금리동결 결정이 만장일치가 아니었다고 밝히며 금통위 내에서도 물가안정목표와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시사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에 대해서는 한은의 관리 예상 수준을 벗어난 부분이 있다고 김 총재는 밝혔다. 그는 "4% 후반 수준으로 예상했던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를 넘겼다"며 "그 차이는 절반 이상이 채소류와 금 등의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 총재는 "소비자물가가 한은의 중기 물가관리목표치 상단인 4%를 넘길 수도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앞서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3% 상승, 2008년 8월 5.6%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전년 동기 대비 4% 올라 2009년 4월 4.2%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다만 농산물가격이 안정을 되찾고 전년도 기저효과 등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은이 물가상승률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목표치 역시 하향 수정될 가능성에 대해 지적했다. 김 총재는 "수출과 내수의 균형적인 발전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앞으로 국내 경제는 장기추세 수준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해외 위험요인의 영향으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이와 더불어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 역시 우려가 커졌음을 드러냈다. 금통위는 "세계 경제는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나 주요국 경기의 부진, 유럽지역의 국가채무문제,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이 하방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금통위는 이날 오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2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6월 0.25%포인트 인상된 뒤 세 달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