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성정책국장으로 보직을 옮긴 여성가족부 조진우 국장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여성정책기본법'의 국회 통과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여야가 이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정책기본법은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의 이름을 바꾸고 일부 내용을 보완한 법안이다. 여성발전기본법이 남녀 평등을 촉진하고 여성의 발전을 도모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나 변화된 여성 정책 환경에 대응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어 개정에 착수한 것이다.

그러나 법은 9개월째 '보류'상태다. 이유가 뭘까. 야당인 민주당에서 먼저 이 법안 통과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법안의 명칭이 여성에 국한돼 있다"며 "정책 대상을 여성에서 남녀 모두로 확대,양성 평등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신낙균 민주당 의원은 최근 '여성'이라는 단어를 법안에서 뺀 채 '성평등기본법'이라는 명칭의 새로운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자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여성의 발전을 위해선 '양성'보다는 '여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만 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여성부 관계자는 "두 법안에 용어 차이가 있을 뿐"이며 "여성 정책이 달라지는 건 거의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여성의 지위를 실질적으로 향상시킬지를 고민하는 대신 단어 하나만을 놓고 정치권에서 쓸데없는 자존심 대립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현숙 여성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단어가 여성인지 양성인지보다는 법안의 내용이 실제로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유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