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1조원 베팅… 주파수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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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다니는 도로와 비슷…통신사 "넓고 긴 도로 잡아라"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진행된 1.8㎓ 주파수 경매에서 SK텔레콤과 KT는 이 주파수를 따내기 위해 9일 동안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낙찰에 성공한 SK텔레콤은 시초가 4455억원보다 두 배 이상 오른 9950억원을 써내야 했다. 도대체 주파수가 뭐길래 통신사들이 1조원에 가까운 돈을 써가면서 혈투를 벌이는 것일까. 주파수의 의미와 종류,주요 주파수들의 사용 용도 등을 정리했다.
◆대역 넓을수록 빨라진다
주파수는 무선통신을 하기 위한 기본자원이다. 주파수 없이는 이동통신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하다. 통신사들은 주파수를 농사나 건물을 짓기 위한 땅이나 차량이 다니는 길에 비유한다. 도로에 다닐 수 있는 차량의 수가 정해져 있듯 하나의 주파수대역에서 수용할 수 있는 가입자 수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은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는 것이 무선통신사업을 하는 데 유리하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LTE서비스도 동일한 주파수 대역에서 더 넓은 대역폭을 소유할수록 더 빠르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주파수는 전파가 공간을 이동할 때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를 말한다. 최근 있었던 주파수 경매는 일정 주파수 대역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경매로 낙찰받은 것이다. 이번 경매로 낙찰된 1.8㎓와 800㎒는 파동의 차이로,1초 동안 1번 진동하면 1㎐라고 하고 1000번 진동하면 1㎑,100만번 진동하면 1㎒,10억번 진동하면 1㎓라고 한다.
주파수는 고역대로 갈수록 무한하다고도 볼 수 있으나 기술의 한계로 현재는 9㎑부터 275㎓까지의 영역만을 사용할 수 있다. 주파수의 용도는 국제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에서 정하고 우리나라도 이를 따른다. 800㎒,900㎒ 등은 통신용이지만 500㎑는 AM라디오 방송을 위해 쓰이고 1.5㎓ 등은 위성방송에서 사용된다. 이에 따라 통신용으로 정해진 한정된 주파수 내에서 정부는 혼선이나 간섭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일부 대역을 하나의 사업자에 대여하는 것이다.
◆황금주파수도 변한다
이번 경매에서 1.8㎓ 대역에 대한 경쟁이 치열했던 것은 이 주파수가 2.1㎓와 함께 LTE사업의 황금주파수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황금주파수는 여러 주파수 대역 중에서 여러 면에서 좋은 주파수로 평가돼 가장 선호되는 주파수를 지칭하는 비공식적인 말이다.
이동통신으로 활용 가능한 여러 주파수 대역 중 상황에 따라 좀 더 선호되는 대역이 발생하게 마련인데,주파수의 좋고 나쁨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주파수 고유의 물리적 특성이다. 도달거리,장애물이 있을 때 돌아들어가는 정도인 회절성,벽 등의 장애물을 투과하는 정도인 투과성 등이 대표적이다. 고대역 주파수보다는 저대역 주파수가 도달거리,회절성 측면에서 장점을 갖는다. 두 번째는 해당 주파수 대역을 다른 나라들에서 얼마나 사용하는지 여부다. 글로벌 생태계 측면에서 특정 대역을 여러 국가가 동일하게 사용한다면 장비,단말 수급과 로밍에 유리하다.
따라서 황금주파수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주파수 고유의 특성은 변하지 않지만 글로벌 주파수인지 여부는 시기,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2세대의 경우 저대역 주파수가 기지국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멀리 전달될 수 있는 데다 통화품질도 좋아 선호되는 주파수였다. 전세계적으로 800㎒,900㎒를 가장 많이 사용했으므로 이들 대역이 황금주파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저대역과 고대역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글로벌시장에서 얼마나 쓰이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이런 점에서 3G의 경우는 가장 널리 쓰인 2.1㎓가 황금주파수로 평가받았다. 4G LTE의 경우는 아직까지 3G처럼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주파수가 없으며 700㎒,800㎒,1.8㎓ 등 여러 대역에서 도입되는 추세이지만 최근 1.8㎓에 LTE를 구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