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학원에 간다면서 왜 술집에 있어?"

지난 2일 저녁 대학생 박성준 씨(26)는 여자친구의 전화에 깜짝 놀랐다. 여자 친구 몰래 간 고등학교 동창 모임 자리를 들킨 것이다. 박씨는 여자친구가 그의 동선을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 '커플각서'로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깜빡했다. '커플각서'는 상대방의 위치는 물론 일부 통화 목록과 문자 메시지 등까지 보여주는 앱이다.

박씨는 "만난 지 200일 기념으로 스마트폰에 설치했다"며 "떨어져 있을 때 서로의 위치가 궁금해서 이용하고 있지만 친구들은 '족쇄'라고 놀린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위치정보를 활용한 앱들이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애인의 행적을 보여주거나 남녀 만남을 주선하는 앱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앱들은 사용자 동의 아래 이용할 수 있지만 일부에서는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근 가장 논란이 벌어지는 앱은 '커플각서'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기반으로 상대방의 실시간 위치,이동경로 등을 지역명 상호 등과 함께 상세히 보여준다. 또 옛 애인 동네 등 미리 입력해 놓은 특정 지역에 가게 되면 경고음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문자 메시지와 통화 목록 일부도 확인할 수 있다. '오빠' '사랑해' 등의 단어가 들어간 문자 메시지(단어 2개만 지정 가능)가 오가면 해당 메시지 전체를 볼 수 있고 3분 이상 통화한 목록 열람이 가능하다. 물론 상대방의 동의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앱이다.

커플각서는 지난 6월 앱 개발사 웹싱크가 내놓은 안드로이드 전용 앱으로 10만여건이 다운로드됐다. 웹싱크 관계자는 "웹싱크는 위치기반 서비스 사업자로 등록한 업체로 해당 앱은 합법적"이라며 "커플각서는 연인들이 상호 동의 아래 공유해야 할 최소의 것만 알고 지내자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아이폰 이용자들의 문의가 많아 아이폰용 커플각서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용으로는 애플의 내부 규정 때문에 위치정보 외에 문자 메시지,통화 목록 등은 열람할 수 없다는 것이 웹싱크의 설명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