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금명간 박원순 변호사와 만나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안 원장은 "박 변호사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뜻이 확고한 것 같다"며 "워낙 그분을 존중하기 때문에 만나고 난 뒤 출마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원장은 "정말로 그분이 원하시면 그쪽으로 밀어드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 측은 오는 8,9일께를 출마 선언 시점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 측은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확실하게 굳혀가고 있어 안 원장이 출마 여부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두 사람의 관계가 워낙 좋기 때문에 직접 만나 서로의 의지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과의 회동은 늦어도 이번주 중반께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안철수 돌풍'에 정신을 못 차리면서 안 원장의 입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안 원장의 발언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희비가 엇갈리고 서울시장 전략마저 요동치고 있다. 안 원장이 "현 정치세력의 확장에 반대한다"며 '반 한나라당' 전선 구축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야권 다자구도면 나쁠 게 없다"고 반겼던 한나라당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안 원장이 "아군이 아니라 적군임이 분명해졌다"며 대응책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안 원장의 얘기를 꺼내자 회의 도중 홍준표 대표는 "오늘은 안 원장 얘기를 너무 많이 하니 그거 빼고 말하자"고 만류했다.

지난주 "철수가 나오니 영희도 나오겠네"라며 여유를 부렸던 홍 대표도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얼마나 큰지 절감한다"며 긴장감을 나타냈다. '안철수 현상'에 대한 평가절하 분위기 속에 "정책으로 바람을 잠재워야 한다" 등의 백가쟁명식 처방이 난무하고 있다.

안 원장의 야권연대 발언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 서울시장 선거전략에서 종족변수로 전락한 상황에 민주당도 곤혹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손학규 대표가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이들은 한배에 타야 한다"며 안 원장의 입장을 반겼지만 민주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는 게 고민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두 사람 간 단일화 여부나 공동 보조 방식에 따라 서울시장 선거전략을 새로 짜야 할 상황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