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적령기가 점차 늦어지고 있다.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 결혼을 미루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여성의 경제력 향상과 사회적 지위 신장에 따른 의식 변화도 주요 배경이다. 이제 상당수 신혼부부들이 맞벌이 생활을 한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면서 가정 경제에 '더블 인컴'(double income)이 일반화하고 있다.

◆맞벌이 신혼 기간은 최상의 저축 시기

맞벌이로 신혼생활을 할 때는 재무적 사이클상 현금 흐름이 가장 좋은 시기다. 최상의 저축기간이란 얘기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그동안 모아둔 돈을 쓰는 사례가 많긴 하지만 대개 지출 대비 초과 수입이 많다.

경계해야 할 부분은 과다 지출이다. 2세가 태어나기 전 달콤한 신혼을 마음껏 즐기려는 마음에 해외여행을 자주 간다거나 외식 또는 문화활동 비용을 크게 늘리는 경향이 있어서다. 좋은 현금 흐름을 갖고 있는 시기에 자칫 저축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올바르지 못한 지출 습관이 신혼 초부터 몸에 배면 가계 관리의 핵심이자 첫 단추인 건전한 지출 통제 습관을 아예 잃어버릴 수도 있다.

달콤한 신혼의 단꿈에서 벗어나 부부가 함께 장기 재무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순차적으로 하나씩 실행하다 보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재무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행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무계획과 목표를 갖고 재무설계사를 찾는 맞벌이 신혼부부가 부쩍 늘고 있다.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받아 내집 마련을 하려는 과거 추세에서 많이 벗어났고 일찍부터 노후 준비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신혼부부들이 부모님 세대를 반면교사로 삼았기 때문인 듯하다. 노후 준비를 소홀히 한 베이비 부머(baby boomer)들이 부동산 자산에 치중하다 생활비가 부족해지는 현상을 직 ·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이다.

◆지출 초과 시기를 미리 준비하자

현금 흐름이 가장 좋은 시기는 신혼이지만 자녀가 태어나면 달라진다. 지출이 크게 늘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자녀교육에 착수하면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게 마련이다.

지출 곡선이 수입 곡선을 초과하는 시점에 이미 경제적 정년을 맞이하는 경우가 꽤 많다. 신혼부부라면 얼마나 앞선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재무적인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따라 경제적 정년이 달라진다. 노력 여하에 따라 정년을 늦추거나 최소한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맞벌이 여성이라면 임신과 출산을 기점으로 현금 흐름과 재무구조뿐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측면에서도 큰 변화를 맞는다. 따라서 △중 · 장기적으로 언제까지 맞벌이를 유지할 것인지 △일시 휴직을 통해 당분간 육아에만 전념할 것인지 △복직 후 양육은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지 등 임신 출산 양육과 관련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짜야 한다.

무작정 자녀 출산 계획을 미루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갑자기 예기치 못했던 임신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장기간 임신을 미룬 부부들 사이에선 뒤늦게 불임으로 정서적 · 경제적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출산 이후 친가나 보육기관의 도움을 받아 경제활동을 지속해온 여성이라 해도 자녀의 학업이 본격 시작되는 초등학교 입학을 기점으로 맞벌이 포기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때부터는 수입 주체가 두 명에서 한 명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가정 경제에선 큰 변화다.

문제는 이 시기가 미묘하다는 점이다. 자녀 교육비가 급증하는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신혼 초부터 이런 변화까지 예상해 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체적인 라이프 사이클을 중시하라

결혼 직후부터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약 10년 동안은 현금 흐름이 비교적 괜찮은 시기다. 하지만 현금 흐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중년기 이후를 미리 대비하라는 얘기다.

경제적 정년에 일찍 대비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초과 지출이 발생한다. 노후에 대비할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이 패턴의 결과가 요즘 베이비 부머들의 자화상이다.

'가로 저축' 개념을 잘 알아두면 좋다. 가로 저축은 인생 전체의 라이프 사이클 주기를 이해하는 게 기본이다. 중 · 장기적인 중요도와 우선 순위의 재무목표를 나누고 나열해 각각 동시에 실행하는 방식이다. 당장 시급해 보이는 재무목표로 채워질 수 있는 단기적 관점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 '세로 저축'이다. 베이비 부머들이 연령대별로 가장 급하고 중요한 재무목표에 치중하고 우선시했던 방식이다. 30~40대는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 상환에 올인하게 마련이다. 그 다음 자녀가 성장하면서 자녀 교육비 지출에 집중하다 어느덧 노후를 맞이한다. 남은 것은 주택뿐이다. 살던 집을 되팔아 노후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현재 베이비 부머들의 공통된 현실이다.

◆일찍 문제점을 시정하는 게 관건

모든 가정 경제가 나름대로 절약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의도와 다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상적인 방향과 기준에서 조금씩 멀어져 가는 것이 다반사다.

젊을 때는 이런 이탈을 바로잡는 게 비교적 쉽다. 문제는 중년을 넘어가면서부터다. 바로잡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간도 상당히 소요된다. 이미 은퇴한 55세 이상 중년층은 채무 등 급한 불을 끄는 데 급급하기 쉽다. 여유로운 노후 생활은 현실과 동떨어진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모르는 것과 아는 것에는 열 배 이상 차이가 있다. 알고만 있는 것과 실행에 옮기는 것에는 또다시 열 배 이상 차이가 난다. 현재 우리 가정의 재무 건전성은 이상 궤도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하루빨리 문제점을 찾는 게 좋다. 경제적인 여유가 최고점에 달해 있는 맞벌이 신혼부부 시절부터 재무목표가 무엇이고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짚어보자.

한성희 포도재무설계 서울지점 상담사 reneehan@podof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