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남학생들한테서 집단으로 성추행을 당한 고려대 의대 여학생이 2일 사건 발생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입을 열었다. 피해 여학생 A씨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가만히 있어도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었는데 인터넷과 학교, 병원 등에서 사실과 다른 악의적 소문이 돌아 그냥 있으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 자신을 둘러싸고 `가해자들과 사귀는 관계였다'는 등의 소문이 돌았고, 가해 학생 가운데 한 명이 구속 전 교내에서 `피해자는 사생활이 문란했다/아니다'는 등의 문항을 담은 설문지를 돌린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설문에 응한 학생들은 가해 학생과 부모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구속을 피하려는 의도'라고 말해 서명한 것으로 안다"며 "설문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A씨는 "전에 학교에 갔을 때 내가 인사해도 애들이 눈도 안 마주치는 등 왕따당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내가 피해자인데 왜 이럴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 설문지가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당일 가해자들과 간 여행에 대해 "처음에는 다른 여자애가 같이 가는 줄 알았다"면서 "출발 당일 다른 약속이 있어 못 온다기에 당황했지만 가해자들과 6년간 동고동락했고 여행도 많이 다녔기 때문에 남자가 아닌 정말 친한 친구들과 여행을 간 것"이라며 `피해자 책임론'을 반박했다. A씨는 `가해자들이 출교보다 약한 처분을 받아 돌아올 길이 열렸다면 어쩌겠느냐'고 묻자 "그대로 학교에 다닐 자신이 없다"며 "우울증과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PTSD) 진단을 받았지만 밝은 척하고 있고 혹시 그 학생들과 마주칠까 봐 온 힘을 다해 버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모(24)씨 등 고려대 의대생 3명은 지난 5월21일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의 한 민박집에서 A씨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사이 몸을 만지고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로 A씨의 몸을 촬영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인터넷뉴스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