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많이 하는 말 가운데 ‘이 정도는 기본’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이 기본이라는 말이 무섭다. 공부나 생활 태도 등 각 엄마마다 나름의 기준을 정해놓기 마련인데, 이 기준에 이르지 못했을 때 아이는 가차 없이 기본도 못하는 아이로 낙인찍히게 된다. 그리고 당장 학교생활이 큰 스트레스를 받게된다. 엄마의 실망하는 표정을 보는 것이 아이에게 매질이나 언어폭력보다 덜 두려울 것 같은가? 아니다. 경직된 엄마의 기준에 어긋났을 때 엄마가 보이는 작은 반응도 아이에게는 굉장한 위력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아이는 엄마의 기준에 맞추려 애를 쓰고, 눈치를 보고 소극적이 되는 것일 뿐이다.

'너는 내 전부야' 한마디에 자녀 가슴은 피멍투성이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고 정성스럽게 밥을 해먹이고, 곱게 입히고 깨끗이 가꾸어주고…. 밤낮으로 자녀들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을 자녀가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신간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예담)의 저자이자 한국 알트루사 상담소 소장 문은희 박사가 '잘못된 사랑'을 전하는 엄마들에게 경고의 말을 전했다.

문박사는 알트루사 심리 상담소를 거쳐 간 수 많은 엄마와 자녀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엄마들이 '잘못된 사랑'을 전하는 것을 '포함이론'으로 설명했다.

일례로 우리나라 엄마들은 자녀의 행복과 불행이 자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자녀를 포함하고 사는 어머니 본인의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

'포함이론'의 이유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들 수 있다. 국가, 사회, 학교, 심지어 아빠까지도 자녀 교육을 모두 엄마에게 떠맡기려고 하는것이 문제라는 것.
엄마들은 자녀의 미래를 혼자 걱정하며 고군분투하다 결국 아이를 나와 독립된 존재로 인식하지 못하고 머리와 가슴에 '포함'시키려 한다.

하지만 엄마의 이런 마음은 아이들을 지치게 한다. 아이들이 엄마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애쓰다 지쳐버리는 것이다.

박사는 한국의 엄마들이 일반적으로 저지르는 행동 중 대표적인 잘못된 예시 16개를 꼽았다.
'너는 내 전부야' 한마디에 자녀 가슴은 피멍투성이
젊은 엄마들은 예전의 어머니들과 달리 자녀교육서를 읽거나 전문가들의 조언을 자주 접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자부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 문항 중 한가지라도 긍정했다면, 체벌하거나 윽박지르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을 아이에게 줄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엄마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자녀가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것을 알아차리는 일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문은희 박사는 "엄마의 기준이 부합하는 꿈이 자식의 꿈인양 내세우며 '너 어렸을 때부터 의사 선생님 되고 싶다고 했잖아'라고 말하지 말아야한다"고 설명했다.

'너는 내 전부야' 한마디에 자녀 가슴은 피멍투성이
이어 "자녀의 슬픔과 고통을 공감해주기 보다 엄마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듯 얼른 눌러버리고 해결방법을 제시한 뒤 '엄마가 해결해줬으니 됐지?'라고 결론지으면 안된다"라며 "엄마들은 '내가 너보다 널 더 잘 알아'라며 엄마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고, 또 따라오지 않으면 '넌 내 전부야'라고 부담을 준다. 한편, 실망을 느낄 경우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며 배신이라도 당한 듯 괴로워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엄마들이 진정으로 자녀의 마음을 알아듣고 알아보고 있는지, 아니면 들으려 하고 보려 하는지 확인해야한다는 것이다.

문 박사는 "'아이에게 무섭게 대하지 마세요' '아이와 즐겁게 놀아주세요'라는 해결책은 도움이 되질 않는다"며 "정작 엄마가 왜 아이를 아프게 하고 있는지 원인을 밝히고 자녀와 진정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