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 · 사진)가 달구벌에서도 끝내 날지 못했다.

이신바예바는 3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5m06)에 크게 못 미치는 4m65의 저조한 기록으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4m65부터 도전한 이신바예바는 팬들의 박수에 맞춰 힘차게 도약한 뒤 여유 있게 바를 넘어 명예회복에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두 번째로 도전한 4m75를 1차 시기에서 실패하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파비아나 무레르(브라질)와 스베틀라나 페오파노바(러시아),마르티나 슈트루츠(독일) 등 경쟁자들이 4m75에 차례로 성공하면서 이신바예바는 심리적으로 쫓기기 시작했고 곧바로 4m80으로 바를 올려 2차 시기에 도전했지만 허벅지에 바가 걸리면서 실패했다.

무레르와 슈트루츠가 4m80에 성공하자 이신바예바는 벼랑 끝으로 몰렸고 마지막 3차 시기에서는 바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경기를 마감했다.

이번 탈락으로 이신바예바의 시대가 저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부터 시작된 부진의 터널에서 2년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고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홈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명예롭게 은퇴할 생각이었지만 그 꿈마저 무산됐다.

금메달은 4m85를 넘은 브라질의 무레르에게 돌아갔다. 남미 신기록을 세우고 우승한 무레르는 브라질에 세계선수권대회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4m80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건 슈트루츠는 키가 160㎝에 불과하지만 키의 세 배에 이르는 장대를 들고 놀라운 기량을 발휘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