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꿋꿋이 나가자" 공식일정 소화…30일도 `정상 업무'
수사받으며 1년 자리지킨 공정택 사례 되풀이 가능성

지난해 교육감 선거 후보단일화 상대였던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지원했다고 28일 시인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정계와 교육계의 사퇴 압력에도 사퇴할 뜻이 없음을 내비치는 행보를 이어갔다.

곽 교육감은 이날 오전 9시16분 서울시교육청으로 출근, 9시25분께부터 11시까지 본청 실국장, 과장급 이상 직원, 각 지역교육청 교육장, 직속기관장 등 40여명이 참석해 매달 한 차례 여는 `기관장 회의'를 주재했다.

곽 교육감은 평소처럼 업무 보고를 받고 몇 가지 질의를 했으며 본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려움이 있지만 각자 맡은 역할을 다 하면서 꿋꿋이 나가자"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곽 교육감은 오전 11시10분께 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유ㆍ초ㆍ중등 교장, 전문직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임명장을 건넸으며 본인 문제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곽 교육감은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이 사퇴 의사와 사퇴발표 시기 등을 물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오후 2시부터 열린 서울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부덕의 소치로 시민들과 시의원님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려 몹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교육위원회 회의실에서 교육위원 등과 만난 자리에서는 '죄를 지은 것이 없고 떳떳하며 수사가 진행 중이니 사퇴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곽 교육감이 '나는 죄가 없다, 당당하기 때문에 판사, 검사에게 가서 당당하게 이야기 하겠다.

그게 만약 무서웠다면 내가 예전에 고시 공부를 해서 판검사가 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며 곽 교육감의 발언으로 미뤄 사퇴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고 전했다.

또다른 참석자는 "차라리 조용한 곳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곽 교육감이 생각보다 의연하게 "오늘 일정을 소화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했다.

이 참석자는 "시의회 간부들이 오늘 교육감이 출석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했는데도 출석한 것을 보면 아직 사퇴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오늘 만남에서 구체적으로 '사퇴'라는 말이 거론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추경예산안 제출 관련 시정연설을 마친 후 오후 3시20분께 시의원, 교육위원들과 악수를 하면서 회의장 밖으로 나와 곧장 교육청으로 돌아왔다.

곽 교육감은 이후 집무실에서 직원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문서 결재를 하는 등 평소처럼 업무를 처리했다.

곽 교육감은 30일에도 정상 출근해 오전 10시 서울시의회에 출석하는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교육청측은 전했다.

곽 교육감이 자진 사퇴를 하지 않고 법정 다툼까지 가겠다고 할 경우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법적으로 사퇴를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곽 교육감이 2억원 지원 사실을 일찌감치 시인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공정택 전 교육감이 2008년 10월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했으나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2009년 10월까지 1년여간 도덕성에 타격을 입고도 자리를 지켰던 것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공 교육감은 2008년 10월 8일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해 2009년 1월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그해 3월 초 1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사퇴하지 않은 채 항소, 상고를 했고 결국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2009년 10월 29일에야 교육감직을 내려놓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곽 교육감이 사퇴하지 않으면 공 교육감과 동일한 상황이 벌어질 개연성이 있다"며 "대가성 여부를 두고 양측 주장이 팽팽하면 법원이 신중하게 재판을 할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김동현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