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 꼬꼬면' 벌써 800만개…'역발상 레시피'로 입맛 잡았다
'어,이거 맛있는데.상품화하면 뜨겠다. '

지난 3월 KBS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라면요리 콘테스트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최용민 한국야쿠르트 차장.그는 "개그맨 이경규 씨가 출품한 '꼬꼬면'을 먹고 이런 직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참가자 13명의 출품작 가운데 닭 육수로 우려낸 칼칼하고 담백한 맛이 남달랐던 것.

요즘 식품업계 최대 화제인 꼬꼬면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달 1일 본격 판매를 시작한 이후 약 한 달 동안 총 800만개가 팔려나갔다. 아직은 독창적 아이디어로 성공했다는 '후한 평가'와 연예인 이름값에 의존한 반짝 인기라는 '냉정한 전망'이 엇갈린다. 농심이 70%를 차지하고 있는 라면시장에서 4위 업체의 초반 인기몰이가 대단하다는 점에서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뜨겠다… 무조건 잡자" 초고속 출시

한국야쿠르트는 꼬꼬면의 제품력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녹화 다음날 바로 상품화를 추진했다. 방송이 나가기도 전이었다. 한 달 후 이씨와 계약이 성사됐고,회사 연구소에서 그와 함께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지난 5월 300억원을 들여 생산라인 작업을 마쳤고 6월에 시제품이 나왔다. 최 차장은 "주변에선 '정말 할 거냐'는 눈초리가 많았지만 회사 차원에서 신속히 의사결정을 내려준 게 성공의 원동력이었다"고 전했다.

마케팅 포인트는 '상식 뒤집기'로 잡았다. 국내 라면은 얼큰한 빨간 국물이 대세이지만,꼬꼬면은 삶은 닭으로 국물을 낸 칼칼한 맛을 내세웠다. 후발주자인 데도 가격을 프리미엄급 제품과 같은 봉지당 1000원(편의점 기준)으로 정했다.

방송에선 업계 1,2위인 농심과 삼양식품 관계자가 심사위원으로 동석했지만,이들은 결과적으로 '대박 상품'을 놓친 모양새가 됐다. 농심은 당시 '신라면 블랙' 출시를 앞두고 있었고,삼양식품도 이미 닭고기 국물을 쓴 '삼양라면 클래식'을 판매 중이어서 꼬꼬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이 알아서 입소문 낸 '행운아'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먼저 선보였던 덕에 꼬꼬면은 '입소문 마케팅'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방송 직후 인터넷에선 "따라해보니 맛있다"는 얘기가 퍼졌고,5월엔 야쿠르트가 꼬꼬면을 상품화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나오면 사먹어봐야겠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판매가 시작된 이후엔 "꼬꼬면 사기가 힘들다"는 점과 "분식집에서 꼬꼬면을 판다"는 점이 이슈가 됐다.

한국야쿠르트는 출시 초기에 생산 여력을 감안해 광고도 하지 않았지만,꼬꼬면은 이렇게 화제를 만들어냈다. 양재호 동아대 경영학부 교수는 "꼬꼬면은 제품을 개발하는 전 과정이 모두 공개돼 소비자들의 친밀감이 높은 제품"이라며 "후발업체의 대표적 전략인 '스토리텔링을 통한 제품 차별화'에 성공함으로써 가격 저항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규 씨 수입은?

꼬꼬면은 8월 넷째주인 지난주 이마트에서 라면 판매 5위,훼미리마트에선 1위를 기록하는 등 순항 중이다. 한국야쿠르트는 당초 올해 말까지 꼬꼬면 매출 목표를 100억원으로 잡았으나,9월 말이면 이를 조기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대로라면 연 3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왕뚜껑''팔도비빔면'과 함께 회사 간판 제품 등극도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은 여름 주력제품인 '비빔면' 위주로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때문에 꼬꼬면은 한 달 동안 약 1000만개를 생산했다"며 "9월엔 1500만개,12월엔 2100만개를 생산하는 증산 계획을 최근 확정했다"고 밝혔다. 개발자 이씨는 10년간 출고가(600원대 후반)의 1%대를 로열티로 받는다. 한 달에 1000만개만 팔리더라도 1억원 안팎의 수입을 거두게 된다는 얘기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