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마당발 `박회장'…신원·역할은 베일속
강남 논현동서 유력인사 자주 접촉한 듯

부산저축은행그룹 측 로비스트로 수사 초기 캐나다로 도피했다가 28일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박태규(71)씨는 정치권, 언론계, 법조계 등에 상당히 두터운 인맥을 자랑하지만 직업이나 활동영역, 구체적인 역할 등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경남 함안 출신으로 모 사업체를 경영해온 것으로 알려진 그는 접촉한 인사들도 구체적인 신원은 알지 못한 채 대개 `박 회장'으로만 아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를 만난 사람들은 호탕한 성격에다 놀랄 만큼 발이 넓고, 상당한 재력을 갖췄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말을 공통적으로 전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권세력 인사들과 폭넓게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정치권에는 호형호제하는 인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 논현동 경복아파트 사거리 일대의 고급 음식점에서 정·관계 인사들과 자주 모임을 가졌으며, 유력 인사들의 상가(喪家)에도 종종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저축은행 임원·대주주와 금융권을 연결해주고 금융감독기관 등을 상대로 로비를 한 윤여성(56.구속기소)씨, 참여정부 및 호남권 인사들과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해동건설 회장 박형선(59.구속기소)씨와 함께 부산저축은행그룹 측 3대 로비스트로 꼽혀왔다.

이번 사건 수사 초기에는 그의 신원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다 보니 박씨와 동명이인이거나 이름이 비슷한 유명 사립대 경제학 교수와 명예교수가 로비스트로 의심을 받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박씨의 행적 중에는 지난해 부산저축은행이 유상증자를 통해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으로부터 1천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개입해 그 대가로 6억원을 받아갔다는 혐의 정도가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검찰은 박씨가 정·관계를 상대로 광범위하게 로비를 벌였고 특히 은행 측이 구명 로비에는 필사적이었다는 점에 비춰 로비자금으로 거액을 받아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정·관계 로비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박씨의 신병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캐나다 사법당국 등에 박씨를 조기 송환해 줄 것을 여러 경로로 요청해왔다.

범죄인 인도 청구와 함께 인터폴에 사기 혐의로 공개수배를 했고, 세계검찰총장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브라이언 손더스 캐나다 연방 검찰총장에게도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양자회담 자리에서 조속한 송환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씨의 송환이 지지부진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씨는 못 데려오는 것이냐, 안 데려오는 것이냐"고 강도 높게 질타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