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구도대로 가면 한나라당이 백전백패할 게 뻔해요. 내년 총선과 대선도 마찬가지입니다. 막상 선거전에 돌입하면 한나라당 후보도 무상급식 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

한나라당의 한 최고위원은 26일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계기로 복지 논쟁이 내년 대선까지 정국 이슈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복지 아젠다에서 마냥 밀릴 경우 이어지는 선거마다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의 토로다.

당장 두 달 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시험대다. 내년 총선에서 48개 지역구를 지원하고 수도의 행정부를 점할 서울시장을 놓칠 수 없는 여야는 이번 서울시 주민투표 결과를 토대로 복지정책 확대 경쟁에 뛰어들 기세다.

서울시 주민투표에서 '사실상' 승리한 민주당이 앞장서고 있다. '지속가능형 3+1'(무상급식 · 보육 · 의료+반값등록금)에 일자리와 주거(住居) 대책을 더한 '3+3'으로 확대한 정책을 29일께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년 복지 예산을 올해보다 18조~22조원 늘릴 것을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할 방침이다. 궁극적으로 무상의료를 추진하기 위해 내년엔 개인 부담금을 전체 진료비의 1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는데,여기에만 9조~13조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에도 4조3000억원이 든다. 반값등록금엔 3조원을 마련해야 한다.

한나라당도 쫓아가는 모양새다. 이주영 정책위 의장은 이날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무상복지는 하향 평준화 복지이고,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지금의 30~40대의 노후자금"이라며 "복지포퓰리즘에 맞서 싸우며 보수의 가치를 더욱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지만,한나라당도 내년 복지예산에 10조원 이상을 추가로 달라고 정부에 요청해놓은 상태다. 10조원엔 대학등록금 인하에 들어갈 1조5000억원과 황우여 원내대표가 추진하는 영 · 유아 무상보육 1조원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한나라당은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비도 올해보다 1조5000억원 많아진 5조원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복지포퓰리즘 경쟁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선 한층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포퓰리즘은 뒤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한 번 정해진 포퓰리즘 정책보다 한발 더 나간 걸 국민은 요구하기 때문에 포퓰리즘은 점점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복지 정책이 쉽게 드러나는 '조원' 단위의 정책만 있는 게 아니라 경로당 난방비,저소득층 수도요금 감면,소외계층 문화복지 지원,취약계층 통신요금 감면,다문화가정 지원,치매 치료비 등 자잘한 것을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며 "증세 얘기는 없이 복지 예산만 늘리기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