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영화 '세 얼간이'에서 주인공은 개인의 자유와 의지를 독려한다. 엄격한 부모가 자식들의 장래를 재단하려고 하자 자신의 길을 개척하려는 자식들은 부모를 설득한다. 개인주의 성향이 발달한 할리우드에서는 이런 내용이 한 세대 전쯤 사라졌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학생들은 일상에서 여전히 직면하고 있는 문제다.

"인생은 경쟁이다. 2등은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다. " 영화 속 인도의 명문 공대 총장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 말을 학생들에게 해댄다. 그는 자신의 눈 밖에 벗어난 학생들을 주저하지 않고 낙오시키는 독재자다. 학생들은 이런 분위기에서 학점따기에만 매달린다.

그러나 란초(아미르 칸)와 파르한(마드하반),라주(셔먼 조시) 등 세 얼간이들은 관습의 벽에 도전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길을 찾고 사랑도 쟁취한다.

무거운 주제를 밝고 감동적으로 풀어내는 게 이 영화의 묘미다. 놀랄만치 다양한 에피소드와 치밀한 구성으로 감동을 뒷받침한다.

암기 교육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연설문 변조사건 장면을 보자.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한 학생이 교수에게 전하는 감사의 말을 뜻도 모르는 힌디어로 암기해 연설하려 한다. 이때 란초는 '헌신'을 '강간'이란 단어로 바꿔 그를 골탕먹인다. 허리를 꺾으며 웃는 동안 관객들은 인도 영화의 매력을 새삼 음미하게 된다.

'세 얼간이'는 역대 인도 영화 흥행 1위 작품이다. 타임지는 '역대 가장 훌륭한 발리우드(인도 영화) 작품 5'로 선정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