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계 순위를 결정하는 기준이 펀드 설정액에서 투자일임을 포함한 관리자산(AUM)으로 변경되면서 업계 순위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투자일임 규모가 새롭게 평가기준에 더해지면 삼성자산운용이 압도적인 업계 1위로 등극하게 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이르면 연말부터는 펀드 설정 규모뿐만 아니라 일임자산까지 포함시킨 AUM 기준으로 자산운용업체의 운용자산 규모를 파악하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금융투자업계 종합통계서비스(FreeSIS)의 메인 화면 및 펀드산업 카테고리 등을 변경하는 작업을 올 연말이나 내년 초께 완료할 예정이다.

그 동안은 펀드(집합투자기구) 설정 규모만을 놓고 운용자산 규모를 평가했지만, 통계서비스 변경 후에는 투자일임까지 운용자산 평가에 포함시키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투자일임은 펀드와 달리 자산운용사가 국민연금, 보험사 등의 기관투자자들과 일대일로 맞춤형 계약을 맺고 운용중인 자산을 말한다.

금투협 관계자는 "2008년 초만 하더라도 전체 투자일임 규모가 110조원 수준으로 펀드 규모(300조원)의 3분의 1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207조원으로 늘어 펀드 규모(312조원)를 급격히 따라잡으면서 무시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대부분 펀드 순자산과 일임 순자산을 포함한 AUM을 운용업계 규모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일임 자산이 운용업계 운용자산에 포함되면 업계 순위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업계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은 압도적인 1위 자리를 굳히게 될 전망이다. 삼성생명 등 계열사와 기관 등에서 받은 일임자산 규모가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삼성운용의 펀드 설정액은 33조6287억원, 미래에셋운용은 33조6163억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순자산 기준으로는 삼성운용이 32조9783억원, 미래에셋운용이 28조6124억원이다.

하지만 투자일임까지 포함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운용의 일임자산 규모는 72조1450억원으로 미래에셋운용(11조6136억원)을 크게 앞서고 있다.

펀드와 투자일임을 포함한 삼성운용의 자산 규모는 105조7737억원으로 미래에셋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을 합친 자산 규모(54조3975억원)의 두배 가까이에 달한다.

한 운용업계 임원은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지만, 일임자산 규모까지 운용 기준에 포함되면 논쟁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도 투자일임 형태로 운용중인 변액연금 등이 포함되면 대형 보험사를 계열사로 둔 운용사들이 유리해진다.

투자일임 자산이 14조7750억원에 달하는 ING자산운용이 업계 순위 25위에서 8위로 뛰어오르고,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자산운용은 24위에서 10위로 수직점프하게 된다.

이를 두고 일부 업체는 "대형 보험 계열사가 없는 운용사에 불리한 셈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협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투자일임 시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시장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이 같은 작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