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힘을 잃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시장 반등을 이끌 모멘텀(재료) 부재 속에 주도주,매수 세력까지 사라진 '3무(無)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24일 코스피지수는 갈지(之)자 행보로 하루종일 오락가락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23%(21.90포인트) 떨어진 1754.78에 장을 마쳤다. 전날 미국 증시 반등으로 상승세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일본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 압력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프로그램은 6025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증시가 방향성을 잃었지만 외국인 복귀 가능성 등 증시 수급 상황은 좋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40여일 이상 순매도한 외국인을 비롯해 기관과 개인(자문형 랩 포함)이 충분한 실탄(자금)을 확보,매수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외국인 "팔 만큼 팔았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911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난 16일 이후 6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미국 유럽을 진원지로 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걷히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의 증시 복귀를 예단하는건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팔 만큼 판 외국인이 꼬여버린 수급 상황을 일부 풀어줄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은 유럽 재정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달 12일부터 순매도로 방향을 튼 후 전날까지 6조6787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전문가들은 26일 열리는 잭슨홀미팅에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이 외국인 복귀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초 4만2000계약에 달했던 외국인의 선물 매도 포지션은 23일 현재 2만3000계약으로 감소했다. 주가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외국인이 줄고 있다는 방증이다.

외국인 순매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프로그램 차익거래 물량도 감소세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증권사의 차익거래 잔액은 지난달 28일 1조6400억원에서 이달 23일 1060억원으로 줄었다.

◆'실탄' 쌓아놓은 기관

국내 기관들은 폭락장에서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반등 시에는 차익 매물을 쏟아내며 상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곤 했다.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에 확신이 없어서다.

이에 따라 국내 자산운용사 주식형펀드의 주식 편입 비중은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2일 주식형펀드의 주식 비중은 2008년 12월 이후 최저인 89.67%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박정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현물에서 선물로의 스위칭은 과도한 수준"이라며 "현 · 선물 베이시스가 개선되고 있어 선물 포지션이 현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개인,'스마트머니'로 업그레이드?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 움직임과 상반된 '엇박자' 투자를 고수하고 있다. 중소형주 위주의 추격 매수 패턴에서 탈피,시장이 급반등하면 차익을 실현하고 급락하면 대형주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개인이 외국인과 기관 등 '큰손'의 대항마로 부상한 것은 막강한 수급 영향력을 갖고 있는 자문형 랩을 아군으로 두고 있어서다. 개인은 이날 코스피지수가 하락한 틈을 타 243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투자자문사들도 현재를 저가 매수 타이밍으로 판단해 주식 비중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안효문 AK투자자문 대표는 "유로존 위기나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악재는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 자문사는 이번주 주식 비중을 10% 늘렸다.

손성태/유승호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