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부터 최저생계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저소득 계층보다 소비지출이 더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복지제도에 기대어 생활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얘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4일 발표한 '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기준의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수급자보다 경상소득이 1.2~1.4배 많은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인가구 기준 34만9344원으로 수급자가 정부로부터 받는 최저생계비(50만4344원)보다 적었다. 2인가구도 최저생계비(85만8747원)보다 적은 60만680원을 썼다. 현재 1인가구와 2인가구는 전체 수급자의 대부분인 81.2%를 차지했다.

일부 수급자들은 최저생계비가 최저임금보다 더 높아 일하지 않고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이 더 많은 소득을 보장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올해 최저임금은 주 40시간 근로 시 월 90만2880원이지만 최저생계비는 △4인가구 143만9413원 △3인가구 111만919원 등으로 가구 내 취업자가 1인일 경우 최저생계비가 더 많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윤희숙 KDI 연구위원은 "'공공부조 기준선=빈곤선'이라는 등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며 "선진국에서는 중위소득 50% 이하를 빈곤인구로 분류하고 빈곤인구의 일부분에 대해 공적 부조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위원은 "공공부조 기준선을 최저임금보다 상당폭 낮추고 근로 능력이 있는 빈곤층은 소득이나 임금 보조를 해주면 복지 혜택을 받는 저소득층의 범위도 넓어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