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 아이패드의 디자인 특허가 무효라는 점을 주장하기 위해 증거로 제출한 SF영화의 원작이 화제다. 해당 원작과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서 아이패드와 유사한 디자인의 태블릿PC가 등장한 것은 물론 이름까지 '뉴스패드'라고 묘사됐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특허전문 블로그인 '포스페이턴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애플이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사건에 대한 반론과정에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만든 1968년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 영화 속 장면에는 우주인 2명이 태블릿PC와 흡사한 기기를 보면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 1분 가량 나온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특허(D'889)를 낸 디자인처럼 이 장면에 나오는 기기도 화면이 전체를 차지하는 직사각형 형태이고, 테두리가 없는 디스플레이 스크린으로 이뤄져 있다"고 주장했다.

SF영화의 고전으로 불리는 큐브릭 감독의 이 영화는 세계 3대 공상과학소설가로 꼽히는 아서 C.클라크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이다. 클라크는 큐브릭 감독과 함께 이 영화의 공동 각본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는 소설에서 태블릿 기기를 '뉴스패드'(Newspad)라는 이름으로 표현했다. 때문에 애플이 아이패드를 처음 내놓았을 때도 업계 일각에서는 이 기기가 이미 30년 전 소설 속에 나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포스페이턴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언 뮬러는 "삼성전자가 아이패드 디자인이 1968년 제작된 영화에서도 나오는 것인 만큼 애플이 독창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 영화장면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뮬러는 또 "여러 제조사가 아이패드를 모방했다는 애플의 주장이 나온 이후 많은 사람들이 과거 공상과학영화나 TV시리즈에 유사한 디자인의 기기가 나온적이 있다는 의문을 가졌다"며 "삼성전자의 이 주장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질지를 떠나 변호인 측이 실제로 이를 반론에 이용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