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교수 출신답게 강연을 철저하게 준비했고 청중을 상대로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박 장관은 22일 '최근 경제동향과 경제정책방향' 발표문을 30페이지 분량의 파워포인트 자료에 담아왔다. 20분 남짓한 발표에 경기 고용 물가 등 거시경제 전반과 글로벌 재정위기 문제를 아울렀고 공생발전과 무상복지,동반성장 등 최근 이슈에 대해서도 별도의 설명을 일일이 달았다.

돌발적으로 쏟아져 나온 질문에 대해서도 정확한 수치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막힘 없는 논리를 폈다. 박 장관은 '공생발전과 법인세 감세가 양립 가능하냐'는 질문에 "국내총생산(GDP)에서 법인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4.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5%보다 높다"며 공생발전과는 별개의 문제로 법인세 감세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복지지출 확대 요구에 대해서도 "OECD 회원국에 비해 한국의 복지지출이 적은 것은 고령화가 그만큼 덜 진행됐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고령층 인구 비중은 OECD 평균의 71% 수준이고 복지지출도 OECD 평균의 74%,국민부담률도 78%로 비슷하게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복지 수준을 그대로 유지해도 세월이 흐르면 OECD 평균 수준으로 복지예산 비중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포퓰리즘적인 복지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장바구니 물가 간 괴리가 크다는 지적에 관해서는 "물가가 실제로 20% 올랐다면 세수는 30% 이상 징수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4%대 물가가 맞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국산품이나 품질이 좋은 상품(上品)이 현재의 물가지수에 많이 반영돼 있다"며 "주부들이 실제로 장바구니에 담는 수입품이나 중품(中品)을 지수에 반영하면 물가상승률이 지금보다 조금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탄력근무제 1호 장관'답게 8 · 5근무제(오전 8시 출근,오후 5시 퇴근)의 효용성을 설명하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박 장관은 "8 · 5제는 '다목적'이지만 그중에서도 국민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며 "성인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선 저녁 7시 반까지는 숟가락을 놓아야 하는데 현재 체제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퇴근을 한 시간 앞당기면 이외에도 자기계발 기회 확대,여가산업 발전,산업재해 축소,일자리 증가 등 순기능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강조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