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걱정하는 더블딥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2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것은 추세적인 상승장 속의 조정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모비우스 회장은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을 포함한 모든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지속적으로 통화를 발행해 더블딥을 막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보이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더블딥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머징 시장 지금 투자할 만하다"

현재 증시 변동성이 커지기는 했지만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의 이머징시장은 여전히 선진시장보다 더 높은 성과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글로벌 증시 시가총액에서 이머징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8% 정도였으나 2010년에는 34%에 육박하고 있다"며 "반면 현재 글로벌 투자자들의 평균 이머징 시장 투자 비중은 3~8%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최소한 시가총액 비중에 걸맞는 34% 수준으로는 올라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전체 시장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이머징 시장 비중은 심각할 정도로 작지만 금융위기 당시를 제외하고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입규모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머징 시장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수준으로 사상 최고치인 1988년의 28배, 최저치인 2008년의 7배에 비하면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투자 테마로는 소비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을 꼽았다.

그는 "이머징 시장의 인구와 국민소득 증가율은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다"며 "중국의 경우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자동차 보급률 등이 계속 증가추세에 있어 관련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설명했다.

또 금을 비롯해 구리, 플라티늄, 니켈, 옥수수, 설탕 등의 원자재도 지속적으로 우상향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그는 "달러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안전자산인 금으로의 이동이 일어날 것"이라며 "중국의 1인당 GDP가 높아질수록 금 소비가 늘어나 금값 상승을 부추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韓증시, 이머징 시장에 있는 것이 오히려 유리"

한국 시장은 여전히 이머징 시장으로 분류돼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유리할 수 있을 것으로 모비우스 회장은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선진시장으로 분류되기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크지 않고, 한반도 통일 이후 북한이 편입되면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있다"며 "또한 한국 경제가 앞으로 더욱 중국, 인도 등 다른 이머징 국가와 연계 비중이 높아질 것을 생각하면 이머징 시장으로 분류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한국이 이머징 시장에 머물러 있음으로써 오히려 글로벌 투자자의 비중 확대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급락장에서 한국 증시를 대량 매도한 것은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 특성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모비우스 회장은 "폭락하는 시장에서는 유동성이 높은 시장일수록 증시 변동성이 크다"며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현금확보에 뛰어들었는데, 한국 증시는 유동성이 뛰어나고 매도가 용이해서 외국인이 매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에서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진 외국인 투자 규제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세계 각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자국의 유입과 유출 유출 흐름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금융체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글로벌 교역과 자본의 교환이 있었기에 글로벌 경제 질서를 구현할 수 있었는데, 이에 제약이 걸리게 되면 글로벌 경제에 적신호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모비우스 회장은 1987년 템플턴 이머징마켓 펀드사 사장으로 합류해 전 세계 이머징 마켓에서 30년 이상 근무해왔으며, 508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중이다.

2001년 인터내셔널머니마케팅 선정 '2001 이머징마켓 주식 펀드매니저'로 뽑혔고, 2006년 아시아머니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