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명 100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래 사는 게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무병장수를 하더라도 생활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그나마 국민연금제도가 있어 다행이지만, 그것만 갖고는 노년생활을 윤택하게 보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함께 퇴직 후 여가활동과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적 연금제도다. 국민연금은 본인과 사업주가 반반씩 임금의 9%를 적립하지만,퇴직연금은 사업주의 부담만으로 8.3%를 적립한다. 그런데 베이비부머들은 대부분 은퇴 이후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의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많지 않은 데다,가입했더라도 중간정산을 통해 이미 써버린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공표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은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노사단체 및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거쳐 중간정산을 제한하게 됐다. 근로자 개인의 소유인 퇴직금을 굳이 국가가 나서서 규제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근로자들의 노후보장을 겨냥한 제도의 취지를 고려한다면,어느 정도 구속력있게 공익차원에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중간정산이 완전히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법에서는 시행령에 위임해 근로자들의 주거마련이나 재해,질병 등 가정에 중대사가 있을 경우 중간정산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있다. 중간 인출만 55세까지 제한될 뿐이지,자금의 운용은 본인 의사에 따라 이뤄진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사외에 제대로 적립되고 있는지 여부도 퇴직연금 사업자가 매년 확인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사업주가 부담금을 제때 납부하지 않을 경우,지연이자를 물도록 해 근로자들이 손해를 입지 않도록 했다. 중간에 이직하는 근로자들이 지속적으로 퇴직연금을 유지 · 관리할 수 있도록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도 도입했다.

모든 근로자들이 든든한 노후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난해 12월부터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퇴직연금제도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중소 영세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이 있지만 근로자들의 노후보장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기에 이 제도를 확대한 것이다. 중간정산 제한도 이런 취지다. 퇴직연금은 근로자들의 노후 재원으로 활용될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박종길 <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