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중심 못 잡는 세금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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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찬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19일 "세제개편안 발표를 9월로 늦추겠다"며 밝힌 이유는 세 가지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8 · 15 경축사를 통해 밝힌 '공생발전'을 세제에 반영해야 하고 △세제실장이 지난달 말 바뀌어 준비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며 △미국 등의 대외 여건이 급변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세제실장 교체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재정부 세제실장 인사권은 정부가 갖고 있다. 정부 스스로 해놓은 일을 이유로 세제개편안 발표를 연기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 경축사가 세제개편안 연기 사유가 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대통령은 세제개편안을 제출하는 정부의 수장이다. 대통령의 새로운 비전 발표가 정부 내에서 공유되지 않은 채 나왔다고 실토하는 셈이다. 세제개편이 장기적인 계획 없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다만 미국의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 확산과 유럽 재정위기 등 최근 글로벌 경제의 급격한 변화는 세법개정안 발표를 연기할 이유가 될 만하다.
세금정책은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문제는 경제주체들이 헷갈려 할 정도로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최근 "감세철회를 할 수는 없지만,시기나 내용을 기술적으로 조정하는 건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 등의 감세가 예정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갑자기 후퇴한 것이다.
기업들의 최고 관심사 중 하나인 임시투자세액공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오락가락하고 있다. 당초 재정부는 올해 임투세액공제를 없애는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감세 철회'가 여당인 한나라당의 당론으로 사실상 굳어지자 "아직 폐지가 결정되지 않았고,한나라당과 논의할 사안"이라며 입장을 뒤집었다. 감세철회가 이뤄지면 임투세액공제로 기업들의 세금부담을 일부 보전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세금 정책에 철학과 줏대가 없어서는 곤란하다는 게 세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기국회에서 세제개편안을 고치는 것이 관례가 됐지만,정부라도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 세제 전문가는 "세금은 되도록 안 바꾸는 게 좋고,어쩔 수 없이 고쳐야 할 경우 예측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욱진 경제부 기자 venture@hankyung.com
이 가운데 세제실장 교체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재정부 세제실장 인사권은 정부가 갖고 있다. 정부 스스로 해놓은 일을 이유로 세제개편안 발표를 연기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 경축사가 세제개편안 연기 사유가 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대통령은 세제개편안을 제출하는 정부의 수장이다. 대통령의 새로운 비전 발표가 정부 내에서 공유되지 않은 채 나왔다고 실토하는 셈이다. 세제개편이 장기적인 계획 없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다만 미국의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 확산과 유럽 재정위기 등 최근 글로벌 경제의 급격한 변화는 세법개정안 발표를 연기할 이유가 될 만하다.
세금정책은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문제는 경제주체들이 헷갈려 할 정도로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최근 "감세철회를 할 수는 없지만,시기나 내용을 기술적으로 조정하는 건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 등의 감세가 예정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갑자기 후퇴한 것이다.
기업들의 최고 관심사 중 하나인 임시투자세액공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오락가락하고 있다. 당초 재정부는 올해 임투세액공제를 없애는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감세 철회'가 여당인 한나라당의 당론으로 사실상 굳어지자 "아직 폐지가 결정되지 않았고,한나라당과 논의할 사안"이라며 입장을 뒤집었다. 감세철회가 이뤄지면 임투세액공제로 기업들의 세금부담을 일부 보전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세금 정책에 철학과 줏대가 없어서는 곤란하다는 게 세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기국회에서 세제개편안을 고치는 것이 관례가 됐지만,정부라도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 세제 전문가는 "세금은 되도록 안 바꾸는 게 좋고,어쩔 수 없이 고쳐야 할 경우 예측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욱진 경제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