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도 결국 두 손을 들고 만 형국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내년으로 예정된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구간에 대한 2단계 감세 시기를 다시 연기할 수 있다고 물러섰다. 그동안 추가감세를 철회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해왔던 청와대로선 부자감세 공격에 더는 못버티고 항복을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다. 연기라고는 하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 일정을 감안할 때 MB정부에서는 영영 빛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봐야 한다.

감세는 부자에게 혜택을 줄 뿐이라는 근거없는 정치적 주장에 청와대까지 밀리고 만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감세가 세수 확대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지난해 세수통계에서도 명백히 입증됐다. 더욱이 감세가 이뤄지면 중소 · 중견기업들이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감세는 부자감세이고 세수를 줄인다는 1차원적인 논리로 원시적 국민 편가르기에 여념이 없으니 딱한 노릇이다.

기획재정부는 추가감세 실패에 대비해 법인세를 1%포인트 낮추는 정도의 감세효과가 생기는 대안들을 생각하는 모양이다. 올해 말로 끝나는 41개 비과세 · 감면 조항 중 일부는 살리고 설비투자 임시세액공제를 줄이는 대신 고용창출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그렇지만 편법은 또 다른 편법을 가져올 뿐이다. 정치의 실패를 정부가 물타기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 한국 정치의 지성이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세계가 세금을 내리고 있는데 한국만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