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상장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대지진과 원화 강세,원자재가격 상승의 영향이 2분기부터 기업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회계기준이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변경돼 정확하게 비교하기 힘든 측면이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분기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09년 1분기 이후 9분기 만에 처음이다.

◆급격히 악화된 상장사 수익성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법인 469개사의 올 상반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은 100조38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7%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5조8060억원으로 2.23% 줄었다. 순이익은 4조1901억원으로 4.96% 줄었다. 매출이 두 자릿수 늘었지만 순이익은 오히려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만큼 상장사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얘기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상장 법인들의 실적 악화폭은 더 크다. 올 1분기만해도 상장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6%,영업이익은 16.9% 증가했다. 올 2분기 상장사 매출은 작년보다 9.38% 늘어난 50조9098억원이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조9249억원으로 7.72% 줄었고,순이익은 1조9718억원으로 10.53% 급감했다. 정미영 한국거래소 공시총괄팀장은 "해외 발전소 프로젝트 수주,철강 및 자동차 수출 호조로 매출은 늘었지만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이익은 감소했다"고 말했다.

수익성 지표들도 악화됐다. 상반기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78%로 작년 동기 대비 0.83%포인트 떨어졌다. 매출액순이익률도 4.17%로 같은 기간 0.74%포인트 내렸다. 국내 상장법인들은 상반기 1000원어치 상품을 팔아 41.7원을 남겼다는 얘기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철강금속은 순이익이 전년 대비 26.97% 늘었다. 섬유의복(25.60%) 유통(17.70%)도 순이익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종이목재는 펄드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아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87.56% 감소했다. 운수창고업종(-35.29%) 서비스(-30.84%)도 순이익이 쪼그라들었다.

다만 이번 실적 통계는 삼성전자 등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164개의 대형 기업들을 제외한 것이다. 연결재무제표 제출 기간은 이달 29일까지다. 김승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등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업들의 이익을 포함할 경우 국내 상장 법인은 올 2분기에 작년 동기 대비 보합권 수준의 순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코스닥 10개 중 3개는 적자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사 830곳의 상반기 실적도 수익성이 악화되긴 마찬가지였다. 상반기 매출은 44조1412억원으로 9.95% 늘었지만 순이익은 1조9313억원으로 5.75% 줄었다. 영업이익도 2조6231억원으로 3.67% 감소했다.

소속부별로는 중견기업부에 속한 386개 업체의 수익성 악화가 상대적으로 컸다. 중견기업부 상장사는 상반기 매출이 15조1168억원으로 9.25% 늘었지만 순이익은 1403억원으로 51.72% 급감했다. 분석 대상 코스닥 상장사 중 71.33%인 592개사는 흑자를 낸 반면 28.67%(238개)는 적자를 냈다.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 속에서도 일부 기업들은 높은 이익률을 거둬 주목을 끌었다. 유가증권시장의 KSS해운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48.16%에 달해 가장 높았다. 엔씨소프트도 상반기 43.60%의 영업이익률을 거뒀다. KT&G(35.88%) 무학(34.35%)도 3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2분기만을 놓고 보면 다우기술(50.82%) 엔씨소프트(45.56%) 아인스(37.14%) KT&G(36.42%) 무학(35.05%) 등 5개 기업이 3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