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와 유로화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세계 증시가 폭락한 지난 2주간 달러 대비 태국 바트,말레이시아 링깃,인도네시아 루피아의 가치는 미국 달러에 비해 올라갔다. 싱가포르달러도 미국 달러에 비해 1% 상승했다.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아시아 통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보통의 패턴과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아시아 통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제로금리(0~0.25%)를 2년간 더 유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아시아 국채를 투자자들이 대거 사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외국인들이 사들인 태국 등 아시아 주요 5개국 국채는 530억달러어치로 이미 작년 한 해 동안 사들인 660억달러에 육박한다. 8월 들어서는 투자가 더 늘어나고 있다.

아시아 정부와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에 비해 건전한 재무상태와 강력한 성장동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투자자들이 아시아 통화를 사들이는 주요인이다. 특히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일찌감치 금리를 올리고 대출 요건을 강화해놓았기 때문에 세계 경제가 더 침체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많다. 이들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많은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어 안정적인 금융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특히 지난주 중국이 위안화 가치의 가파른 절상을 용인하면서 아시아 통화에 대한 낙관론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아시아 통화를 쉽게 사고팔 수 없는 위안화의 대용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위안화는 지난주에만 달러에 비해 0.8% 절상됐다. 시장이 급변할 때 정책 변화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중국으로선 상당히 공격적으로 위안화를 절상한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