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강등 충격으로 휘청거리던 코스닥시장이 반등에 나섰다. 두 차례의 '서킷브레이커(거래 일시 중단)' 발동으로 공포감에 휩싸였던 코스닥시장은 지난 10일부터 3일 연속 상승,500선 탈환에 도전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12일 4.91포인트(1.05%) 상승한 474.15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24.13포인트(1.33%) 내린 1793.31로 끝난 것과 대조적이다. 2일부터 6일 동안 20.48%(111.51포인트) 폭락했던 코스닥지수는 그 후 3일 동안 9.53%(41.24포인트) 상승했다.

반등의 주인공은 바이오주를 비롯해 게임 인터넷소프트웨어 등 비교적 경기를 덜 타는 코스닥 우량주(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다. 이들은 '딴 나라(미국 유럽 등) 신용' 위기로 인한 주가 폭락에 분풀이라도 하듯 최근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급락 전 수준 되찾은 코스닥 우량주

최근 3일 동안의 반등장을 틈타 코스닥 우량주들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6일 연속 폭락에 따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부각된 점이 상승 동력이다. 일부 종목은 3일 동안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전의 주가를 이미 회복했거나 근접하고 있다.

세계 최초 줄기세포치료제 상업화를 계기로 주목받았던 바이오 관련주들이 다시 '뜀박질'을 시작했다. 차바이오앤은 이날 배아줄기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의 성공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으로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최근 3거래일 동안 반등장에서 상승률은 38.12%에 달한다. 2일부터 9일까지 폭락장의 낙폭(-13.30%)을 가뿐히 만회했을 뿐만 아니라 신고가 기록을 매일 갈아치우고 있다. 분자진단 시약개발업체 씨젠을 비롯해 메디포스트 등 바이오 관련주들도 폭락 전 주가를 뛰어넘었다.

하나투어 등 여행주를 비롯해 에스엠 위메이드 웹젠 게임빌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들도 시장이 '패닉'공포를 털어내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을 비롯해 서울반도체 CJ오쇼핑 등도 최근 급등으로 이달 1일 주가에 거의 근접했다.

◆코스닥 '비교우위론'

코스닥지수가 코스피지수에 비해 빠르게 하락분을 만회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덜한 데다 프로그램 매물이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한꺼번에 5조원 가까운 돈을 빼가다 보니 코스피지수가 계속 발목을 잡히고 있다. 이날 상승세를 타던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린 것도 2747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외국인이다.

코스닥시장은 다르다. 외국인 비중이 낮다. 외국인 매물을 불러오는 프로그램 매매도 없다. 여기에 코스닥 상장 종목은 글로벌 경기 흐름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에 대한 긍정적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외국인의 복귀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자동차 화학 정보기술(IT) 등 수출주들이 맥을 못 추는 데 반해 '실적 모멘텀'을 가진 코스닥 중소형주의 가치가 부상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박정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가 불확실할 때는 게임 소프트웨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이 강세를 보인다"며 "현재 계획 중인 설비투자로 인해 코스닥의 반도체 IT부품주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이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초 강세장에서 1조원 수준에 머물던 코스닥 거래대금은 이날 2조9707억원 선으로 증가,3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